국민은행 신용대출 3.87∼4.77%
주담대 3.88∼5.28%로 ‘역전현상’
부동산 옥죄기 치중 지적도 나와
이억원 “건전성 위협 줄 정도 아냐”
‘5000피’ 위해 감독 소홀 분석도
9월 통화량 4430조… 역대 최대치
주요 은행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일주일 만에 1조2000억원 가까이 급증한 가운데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 대기성 자금이 몰려 통화량도 역대 최대치를 넘기면서 코스피 ‘불장’으로 불이 붙은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주담대 옥죄기에 나선 사이 감시망을 벗어난 신용대출이 빚투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상품 ‘KB스타 신용대출Ⅱ’의 금리는 6개월 기준 연 3.87∼4.77%로 신규 코픽스(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 6개월 기준 주담대 금리 연 3.88%∼5.28%에 비해 금리 상·하단이 모두 낮았다. 금융채 5년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4.02∼5.42%)와 비교하면 금리 상단이 0.65%포인트 낮았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직장인대출S Ⅱ’의 금리도 연 3.51∼4.52%로 금융채 6개월 기준 주담대 금리(3.77∼5.18%)보다 낮았다. 금융채 5년 기준 주담대 금리(3.91∼5.32%)도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지난 9월 신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의 현재 금리는 4.30%로 주담대 평균 금리(4.12%)와 0.18%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신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평균 연 4.91%로, 주담대 평균 금리(3.95%)보다 1%포인트가량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두 금리 간 격차가 크게 좁혀진 셈이다.
통상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는 높게 유지했지만, 신용대출의 경우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이 이자장사를 통해 배를 불린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시중 은행들에게 ‘금리를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높이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신용대출 이자가 낮아지면서 신용대출을 활용한 빚투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7일 기준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9137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 말(104조7330억원)과 비교해 1조1807억원 늘어 불과 일주일 만에 10월 한 달 증가 폭(9251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7일까지 증가 폭만 보면 2021년 7월(1조8637억원 증가) 이후 약 4년4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코스피 지수가 급등할 때 ‘포모’(FOMO·소외 공포)를 느꼈던 투자자들이 최근 변동성 확대 국면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신용대출을 활용해 주식을 사들인 영향이다.
이처럼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빚투를 위한 신용대출의 증가는 향후 가계대출 총량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신한·NH농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금융당국에 보고했던 연간 증가 목표액(정책상품 제외)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가계대출 안정에 나서야 할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빚투를 부추기거나 안일하게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빚투를 두고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말의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측면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당국 2인자가 빚투를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이날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빚투 열기와 관련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자기 책임 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신용대출 증가세가 건전성에 위협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최근 부동산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머니무브’(자금이동)를 통해 코스피5000을 실현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금융당국이 증시로 몰리는 빚투와 신용대출의 고삐를 의도적으로 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편 코스피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 대기성 자금이 몰리며 통화량도 역대 최대치를 넘겼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9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평잔)은 4430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0.7%(30조3000억원) 늘었다. 6개월 연속 증가세다. 상품별로는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수익증권이 각 9조5000억원, 6조8000억원, 5조7000억원씩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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