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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접경지’ 파주 주민들 “포사격 훈련에 일상 멈춰”

입력 : 2025-11-10 18:12:49 수정 : 2025-11-10 21:02:29
파주=장민주 기자 chapt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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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와 토론회서 불안 호소
차관 “어떤 적대행위도 않을 것”

“아직도 지뢰 밟을까 외출도 자제”

군대의 포사격 소리를 음악 듣듯 해야 하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물 뜯으러 뒷동산에 오를 때 지뢰를 밟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하는 생활은 어떤가. 북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은 그렇다. 남북한의 긴장, 대치가 곧 일상의 위기인 사람들이다.

경기 파주시 일대에서 자체 훈련에 나선 육군 자주포가 기동하고 있다. 뉴스1

“왜 평화, 평화 노래를 부르면서 포를 쏴대는지 모르겠어요.”

 

김경숙씨는 통일부 주최로 10일 비무장지대(DMZ) 인근 경기도 파주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토론회 ‘접경의 목소리, 평화를 말하다’에 참석해 말이 아닌 실제의 평화를 간절히 바랐다. 그는 실향민 정착을 위해 휴전선으로부터 약 6.4㎞ 떨어진 지역에 조성한 해마루촌의 자치회장이다. 토론회는 김씨를 포함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충을 듣는 한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말하는 그들의 고충은 다른 지역 주민들이라면 일생에 한 번이라도 겪을까 싶은 것들이다.

 

김씨와 같은 마을 부녀회장 A씨는 임신 중인 며느리에게 절대 찾아오지 말라고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을 만큼 포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군사훈련 포사격이 일단 시작되면 쏠 때, 날아갈 때, 떨어질 때 유리창에 떨릴 정도의 굉음이 이어진다. 대남방송은 포소리 못지않은 소음이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후 만들어진 대성동의 김동찬씨는 “쓰레기 소음”이라며 진절머리를 쳤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앞줄 가운데)이 10일 경기도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북한 접경 지역 주민들의 고충을 듣는 행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마을 주변 지뢰밭은 주민들의 목숨을 노린다. 냉전기 정착촌 개발을 위해 조성된 통일촌 이장 이완배씨는 “지뢰를 밟고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발목이 절단된 사람도 여럿”이라고 증언했다. 1973년 주민 입주를 시작한 통일촌은 지뢰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해마루촌도 사정이 비슷하다. 주민 조봉연씨는 “지뢰를 없애고 마을을 만든다고는 했지만 캐내지 못한 게 있다”며 “봄나물 뜯으러 갔다가, 지뢰 제거작업을 하다 사고를 많이 당했다”고 떠올렸다.

 

대성동 주민들은 혹시 지뢰를 밟을까 싶어 산과 들에는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김동찬씨는 “유엔사에서 군인들을 전부 투입해 지뢰를 많이 제거했지만 흙이 무너지면 다시 나올 수 있다”며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몰라서 농경지에서만 움직인다”고 했다.

 

남북한 긴장이 높아지면 생계에 직격탄을 맞는 건 감내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고통이다. 통일촌 이장 이씨는 “(북한이 보낸) 오물풍선이 날아다니고 대남방송으로 귀신 나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을 때는 관광객들이 크게 줄었다”며 “통일촌 주민들은 관광수익으로 먹고사는 데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소망은 대단한 게 아니다. 일상을 일상대로 보내는 것. 그것이 평화다. 이씨는 “관광객이 우리 마을을 찾고, 물건을 사고, 식사하는 것이 우리에겐 평화”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에서 바라본 김포 상공에서 공격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론회에 참석한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남북관계는 (윤석열정부 시기인) 지난 3년간 비정상적으로 악화됐고, 피해는 오롯이 접경지역 주민들이 감내해야 했다”며 “분단의 고통을 해결할 근본방안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가 일상이 되고 남북이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평화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북한의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며 “이재명정부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형태의 적대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파주시을)은 축사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은 분단의 아픔을 가장 먼저 느끼고 안보를 위해 가장 많이 희생했지만 발전의 목표에서는 늘 제외돼 왔다”며 민통선의 북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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