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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불가능이 아닌 이유 [더 나은 경제,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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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9 21:58:07 수정 : 2025-11-09 21: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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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9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기원하는 경제회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10시 출고 부탁해요>

지난달 한국 주식시장은 전 세계 자본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코스피는 10월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이래 다시 1주일 만에 4226.75포인트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연초까지만 해도 2200선까지 떨어졌는데, 불과 7개월 만에 두배 가까이 반등한 셈이다. 한때 ‘국장(국내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놀림을 당했던 한국 시장이 ‘세계 1위 수익률 증시’라는 유례가 없는 반전 타이틀을 얻은 순간이다.

 

이달 들어 미국 월가에서 인공지능(AI) 투자 과열과 글로벌 증시 조정 우려가 번지면서 코스피는 3800선 밑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상승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경고가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상승세는 단순히 거품이 아니라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신뢰와 산업 경쟁력, 그리고 외국인투자자 자금의 복귀가 만들어낸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의 상승 반전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200선까지 떨어졌던 지수는 비상계엄에 따른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과 미·중 통상 갈등으로 바닥을 찍은 뒤 AI 반도체의 수요 회복 신호와 함께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여름까지 완만하던 상승세는 가을 들어 더욱 급격해졌는데, 지난달 21일 3814포인트를 기록하며 연초 대비 59% 급등했다. 불과 엿새 후인 27일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이어 31일에는 4107포인트, 지난 3일에는 4221포인트로 또 한번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연초 대비 68% 상승은 세계 어떤 시장도 따라오지 못한 기록이다.

 

지난 4일 4226.75포인트로 최고점을 찍은 뒤 조정이 시작됐다. 월가의 AI 거품 경고와 미 기술주의 급락이 맞물리며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이어진 탓이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3900선 아래로 밀렸고,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초의 증시 조정은 과열 양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숨 고르기’라며 중장기 상승 흐름이 꺾인 것은 아니라고 여전히 진단한다.

 

이번 랠리의 중심에는 AI 반도체의 슈퍼사이클,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신뢰, 외국인 자금의 귀환, 그리고 전략산업의 약진이 있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AI 인프라 공급망의 핵심으로 떠올랐는데,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조40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디램(DRAM)은 2026년 물량까지 이미 선판매될 정도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3E(5세대), HBM4(6세대) 제품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경쟁을 이끌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와 연속성도 랠리의 동력이 됐다. 정부는 올해 들어 자본시장 선진화,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제도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지침) 강화 등 이른바 ‘밸류업(Value-up·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일관된 드라이브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비전 역시 시장의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와 금융당국의 실행이 맞물리며 정책 일관성이 시장의 상승곡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정책 신뢰가 유지된다면 코스피 5000 시대는 현실적인 목표’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자금의 귀환도 코스피 상승의 핵심 바탕이다. 올해 외국인은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서 6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는데, 특히 7월 이후 4개월간 18조원 규모의 자금이 한국 증시에 들어왔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인 ‘아이셰어스 MSCI 사우스코리아’(EWY), ‘프랭클린 FTSE 사우스코리아’(FLKR), ‘디렉시온 데일리 사우스코리아 불 3X 셰어스’(KORU)에도 10억달러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한국 시장의 등락을 하루 3배로 추종하는 KORU는 연초 대비 300% 이상 상승하며 전 세계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1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배 수준으로 여전히 아시아 평균보다 낮기 때문에 당분간 외인 매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 핵심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도 코스피 상승에 큰 힘을 더했다. 전 세계에 걸친 에너지 전환 흐름에 힘입어 방산·조선·원자력발전 관련 기업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는 ‘K방산+K에너지+K조선’의 주역으로 꼽히며, 증시 성장을 뒷받침했다. 정부가 우방국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전략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는 현재 코스피가 ‘실적보다 기대가 앞선 구간’에 진입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상장사 중 70%의 주가가 여전히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점, AI 관련주 편중 현상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미국발 변수들도 코스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강화와 중국의 보복관세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고, 미국에서 AI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고가 속속 나오며 나스닥이 흔들릴 때마다 한국 시장도 동조화된 점도 악재로 꼽힌다. 김영익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수출 추세를 감안하면 코스피 3500 전후가 적정 수준, 4200 이상은 다소 과열”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신용융자(투자자가 증거금을 내고 증권사로부터 주식 매수자금을 빌리는 거래) 등 레버리지 매매가 늘었음에도 제도적 안전장치와 시장을 겨냥한 정책 당국의 커뮤니케이션이 뒷받침되면서 과거처럼 ‘패닉 셀링’으로 번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상승 랠리가 일시적이 아님을 보여준다. 전문가 다수가 ‘이번 코스피 랠리는 단기 유동성보다는 정책과 산업의 결합이 만들어낸 구조적 리레이팅(재평가)’이라고 보는 이유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에 일부 과열 해소로 약간의 조정은 있겠지만, 증시 방향은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에 걸친 불안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악재를 제외하고는 AI 슈퍼사이클이 지속되고 밸류업 정책이 실현되면 코스피는 4500~5000선을 향해 전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의 일관성, 외국인 자금의 유입, 산업 구조 등에서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2025년의 코스피 랠리는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정책의 일관성과 시장 신뢰 회복’은 중요한 배경이 되었고, AI 혁신과 정책 개혁, 전 세계 시장의 신뢰 회복 등이 함께 맞물리며 만들어낸 결과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가 여전히 살아있고, 외국 자본이 그 가능성을 믿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정책 신뢰, 시장 참여자들의 건전 증시를 위한 노력, 국내외 투자자의 믿음이 바탕이 된다면 코스피 5000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한국 증시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선임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시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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