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이은 3대 강국 도약 발판 마련
인재·전력 부족 문제 해결은 과제로
“한국은 제조 인공지능(AI) 리더가 될 가능성이 무한하다”, “한국은 이미 AI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지난달 28∼31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최고경영자(CEO) 서밋 참석차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이재명 대통령 접견과 에이펙 서밋 특별 연설 등 여러 공식 석상에서 한국의 AI 경쟁력과 잠재력을 호평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동시에 AI 생태계 조성과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엔비디아의 최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한국 정부와 기업에 공급하기로 했다. 엔비디아가 ‘AI 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열어 갈 동반자로 한국을 꼽고 어마어마한 선물 보따리를 안긴 것이다. 우리로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국들의 AI 주도권 다툼이 격화하는 가운데 ‘AI 3대 강국’에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각국의 AI 기술 개발 경쟁이 국가와 기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인식되면서 ‘AI 대전환’(AX)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엔비디아와 한국 정부·기업 간 ‘AI 동맹’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AI 핵심 거점(허브)으로 낙점한 건, AI 기술이 소프트웨어 수준을 넘어 자율주행차·로봇·스마트 공장 등 물리적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젠슨 황은 에이펙 CEO 서밋 연설 당시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제조, AI 3가지 핵심 기술을 모두 갖춘 나라가 몇 안 되는데 한국은 모두 보유한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미국은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지만 제조업에 약하고, 유럽은 강한 제조업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약한데 한국은 둘 다 강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젠슨 황은 “우리는 한국에 AI 생태계를 조성하려 한다”며 “한국은 AI 주권국가, AI 프런티어(개척자)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장은 “AI 역량이 충분해도 GPU 등 연산 자원 부족 문제로 제약이 컸다”며 “GPU가 충분히, 시의적절하게 제공된다면 우리 AI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AI 대전환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AI는 대한민국의 새 성장엔진이자 국정 핵심 어젠다(의제)”라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 등 AI 관련 예산만 내년에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3조3000억원과 비교해 3배가 넘는다. 한국은행이 올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1.1~3.2%, 국내총생산(GDP)도 4.2~12.6% 높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화·저출생에 따른 노동 인구 감소로 갈수록 경제 규모 위축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AI를 잘 활용하면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로봇과 자동차, 조선, 가전, 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분야가 AI 대전환을 신속하게 이루도록 향후 5년간 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엔비디아가 2030년까지 제공할 GPU 26만장 중 정부 몫 5만장을 빼고 나눠 받는 삼성전자와 SK·현대자동차 그룹(각 5만장), 네이버(6만장)는 AI 기반 제조 혁신 등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AI 대전환과 피지컬 AI 구현 등 AI 강국으로 가기까지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AI 관련 인재·데이터센터,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AI 열풍에 많은 일자리가 날아가 버리는 실업난 심화 대책도 중요하다. 생성형 AI 챗GPT 출시 이후 감소한 청년층 일자리 21만1000개 중 20만8000개가 AI 노출도가 큰 업종에서 발생한 것(2022년 7월∼2025년 7월 기준, 한국은행)처럼 피지컬 AI 도입 시 제조 현장에서 반복·정형·조작 업무가 상당수 대체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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