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잘못된 냉동 보관, 신선함 아닌 손실의 시작”
우리 가정의 냉동실은 ‘음식 보관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남은 반찬, 사놓고 다 먹지 못한 식재료, 심지어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까지 일단 냉동실로 들어간다.
그러나 “얼리면 오래간다”는 믿음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냉동실은 시간의 흐름을 멈추는 마법 상자가 아닌 단지 부패 속도를 늦출 뿐이다.
특히 냉동에 적합하지 않은 식품을 무분별하게 보관하면 맛과 식감, 영양이 오히려 빠르게 파괴될 수 있다.
◆식품별 ‘냉동 한계’…생선은 3개월, 채소는 최대 1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장하는 냉동 보관 기간은 식품마다 다르다.
9일 식약처에 따르면 △익히지 않은 생선 및 해산물 3개월 △익힌 생선 1개월 △햄·베이컨 등 가공육 2개월 △익히지 않은 쇠고기 1년 △채소 및 과일 8~12개월이다.
표면상으론 ‘최대 1년’이라는 숫자가 여유로워 보이지만, 이는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는 ‘한계치’를 뜻한다.
실제로는 3개월 이내 소비가 가장 안전하다.
◆냉동이 망치는 식품들
냉동이 오히려 ‘적’이 되는 식품군도 적지 않다.
하드 치즈는 얼리는 순간 지방과 단백질이 분리돼 조직이 쉽게 부서진다. 해동 후에는 부스러지고 질감이 거칠어져 슬라이스가 어렵다.
샐러리, 상추, 오이 등 수분 많은 채소는 냉동 과정에서 세포벽이 파괴돼 해동 후 흐물거린다. 생식용으로는 부적합하다. 반면, 김치나 피클처럼 절임·발효 형태는 냉동에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토마토는 조리용으로 쓸 때만 냉동이 가능하다. 생으로 먹기 위해 얼리면 식감이 물러지고 향이 줄어든다.
커피 원두는 개봉 전에는 한 달 정도 냉동 보관이 가능하지만, 개봉 후 재냉동은 금물이다. 해동과 냉동을 반복하면 수분이 생겨 냉동실 냄새를 흡수하고, 본연의 향이 손상된다.
마요네즈나 드레싱 등 유화 제품은 냉동 시 물과 기름이 분리된다. 냉동된 상태로 장시간 두면 소스가 덩어리지고, 맛이 변한다.
날달걀 역시 껍질째 얼리면 내부 팽창으로 균열이 생기고, 틈새로 세균이 침투할 수 있다. 반드시 껍질을 제거하고 푼 상태에서 냉동해야 한다.
◆전문가들 “냉동실은 쉬는 공간이지, 방치의 장소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냉동 보관에 대한 오해가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식품 손실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한 식품위생 전문가는 “냉동실은 단순히 온도를 낮추는 장치일 뿐, 시간을 멈추는 장치가 아니다”라며 “적절한 기간과 방법을 지켜야 식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냉동보관이 ‘오래 두는 방법’이라는 인식은 위험하다”며 “식품마다 세포 구조와 수분 함량이 달라 냉동 반응이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냉동실은 잠시 음식을 쉬게 하는 공간이지 ‘묻어두는 공간’이 아니다.
냉동실 정리가 안 된 가정일수록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이 쌓여 ‘냉동실 속 음식물 쓰레기’로 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냉동 보관의 3가지 원칙
전문가들은 “냉동의 과학을 이해하면, 신선함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식품별 권장 기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단백질 식품(육류, 어패류)은 최대 3~12개월, 가공육은 2개월 이내 소비하는 게 좋다.
용도에 맞게 ‘소분 냉동’해야 한다. 필요한 양만큼 나누어 얼리면 해동 후 품질 손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라벨링과 정기 점검을 습관화하는 게 좋다. 보관 날짜를 적고, 한 달에 한 번 냉동실을 비우는 ‘클린데이’를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냉동은 단순한 편의가 아닌 ‘보존 기술’이다. 식품별 특성과 냉동 적성을 이해하고 관리할 때만 냉동실은 진정한 신선함의 파수꾼이 된다.
무조건 얼리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식탁의 과학’을 실천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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