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제조업 복합 산업구조서 핵심 노동력
내국인과 갈등도…가족 동반 장기 체류 ↑
외국인 주민 258만여명 시대, 전국에서 외국인 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시군구는 어디일까. 외국인 주민이 10만명을 넘긴 경기 안산시를 떠올리기 쉽지만, 의외로 답은 전남 영암군이다. 영암군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89개 ‘인구 감소 지역’ 중 한 곳인데, 외국인 주민 비율이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특징을 보인다.
영암군 사례는 지역사회에 외국인이 늘면 어떤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지, 외국인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결국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준다.
8일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영암군은 국적상 내국인과 외국인을 합산한 총인구 6만323명 중 20.8%인 1만2569명이 외국인 주민이다. 안산시(15.7%)보다 높고, 2023년(18.6%)에 비해 2.2%포인트 늘어났다.
영암군의 현황과 당면 과제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 연구 사업 일환으로 수행한 ‘중장기 체류 이민자 및 다문화 가족의 사회 통합 전략 연구’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영암군에서 외국인은 농업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의 핵심 노동력이다. 영암군은 전통적 농업 지역이면서도 대불국가산업단지에 조선업체인 HD현대삼호와 협력사인 중소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영암군은 법무부의 ‘지역 특화형 비자 사업’을 통해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숙련 인력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장기 체류 외국인이 증가 추세인 이유다.
이에 따라 내국인 주민과 외국인 주민 간 갈등과 마찰도 불거지고 있다. 연구원은 “갈등은 주로 쓰레기 무단 투기, 분리수거 미이행, 고성방가, 실내 흡연, 이중 주차 등 생활 규범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문화적 차이와 주거 밀집 구조에 기인하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주민의 문화와 종교적 관습을 둘러싼 갈등도 있다. 연구원은 “베트남 등 일부 국가의 명절인 춘절과 한국 설날이 겹치는 시기에 외국인 주민이 아파트 베란다나 공터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일이 반복돼 민원이 급증한 바 있다”면서 “사업장에선 이슬람 문화권 근로자가 업무 시간 중 기도 시간을 요청하는 등 종교·문화적 요구 수용 여부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족, 나아가 친척을 동반한 장기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며 정책적 지원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대다수가 한국어 능력 부족 등으로 일상생활과 직장 생활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에 산 지 10년 된 한 외국인은 연구원과의 심층 인터뷰에서 “책에서 읽은 한국말과 공장에서 하는 말이 많이 다르더라”며 “일 시키면 몰라도 ‘네’ 하고, 언어 소통 때문에 잘못도 많이 하고 욕도 많이 먹어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의사소통 문제는 다문화 가정 내에서도 두드러진다. 연구원은 “결혼 이민자의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영·유아기 자녀의 언어 발달이 지연되고, 청소년기 자녀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한국어로 표현하면 이주 배경을 가진 부모가 이를 이해하지 못해 정서적 단절을 경험한다”면서 “부모의 한국어 능력 부족은 자녀의 학교생활 지원에도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 가정은 양육 지원 제도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전남도가 올해부터 관내 어린이집 외국인 아동들에게 매달 보육료 10만원을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영암군처럼 외국인 주민이 1만명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인 ‘외국인 집중 거주 지역’ 시군구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21년 86개에서 2022년 97개, 2023년 127개, 지난해엔 142개에 달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포함한 229개 시군구의 62%를 차지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외국인 주민 자녀는 31만5398명으로, 이 중 93.6%인 29만5304명이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다.
이제는 정부가 외국인 노동력 유입, 우수 인재 유치를 넘어선 지역사회 정착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 외국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원도 “내·외국인이 공존할 수 있는 쌍방향적 정책을 지향하고, 이주민들의 자발적인 사회 적응 및 통합을 도울 수 있는 사회경제적 유인 체계 설계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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