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사령탑 역할 해 온 비상조직 사업지원TF→사업지원실로 정상화…박학규 사장 이끌어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 부활과 무관”
이 회장의 후속 인사 카드에 초미의 관심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비상(임시) 조직으로 신설돼 8년 동안 그룹 사령탑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정식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개편됐다. 이재용 회장의 최측근이자 ‘삼성 2인자’로 불리며 그동안 사업지원TF를 이끈 정현호(65) 부회장이 전격 용퇴하고,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이 사업지원실 키를 잡게 됐다.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판결로 질긴 사법 족쇄에서 벗어난 이 회장이 이번 사령탑 교체를 시작으로 ‘이재용식 뉴 삼성’ 구상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향후 사장단 등 후속 임원 인사에서 조직·인적 쇄신 차원의 인사 태풍이 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 ‘2인자’ 정현호 2선으로 물러나
삼성전자는 7일 사업지원TF 사장단과 임원 위촉업무 변경에 대한 인사를 발표하면서 사업지원TF장이던 정현호 부회장이 회장 보좌역으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올해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고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 하에 후진 양성을 위해 퇴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국제금융과로 입사한 정 부회장은 2002년 삼성전자 경영관리그룹장, 2006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상무, 2008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지원팀장을 역임했다.
2010년 12월엔 삼성전자의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을 맡았고 이후 6개월 만에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에 올랐다.
2014년 4월 미래전략실인사지원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미래전략실 해체로 삼성을 떠났으나 같은 해 11월 사업지원TF장으로 삼성전자에 복귀했다. 이 회장 직속의 사업지원TF를 이끌며 전자 계열사를 사실상 총괄하면서 실제 중의 실세로 불렸다. 이 회장이 2017년~2018년,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1년 반가량 수감된 기간 그룹 내 주요 의사 결정을 도맡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위기설’이 나돌 때마다 안팎에서 책임론이 일기도 했다. 2023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진으로 실적이 급락했을 때 정 부회장이 재무통으로서 경영 관리에만 집중하고 기술 경쟁력을 등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게 대표적이다.
정 부회장의 용퇴가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진 이 회장이 활발하게 광폭 행보를 하고 삼성전자 사업이 반등한 시점에 이뤄진것도 주목된다. 이 회장의 향후 사장단 인사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후배들에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지와 안정세로 접어든 삼성전자 내부 상황을 함께 고려해 물러나기로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앞서 정 부회장은 이 회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한 뒤 이날 오전 회의에서 그 사실을 밝히고 외부 발표를 준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곧바로 집무실을 후임자인 박학규 사장에게 내준 채 퇴임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지원TF 사업지원실로 개편…“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 부활 아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2017년 11월 출범한 사업지원TF는 8년 만에 상설조직인 사업지원실로 자리잡았다.
임시 조직 성격의 TF를 정식 실로 바꿈으로써 기존 역할을 안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편된 사업지원실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팀 3개 팀으로 구성됐다. 사업지원실은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있던 경영진단실을 사업지원실로 이관하면서 조직에 힘을 실었다. 그동안 경영진단실은 삼성전자 외부 조직으로서 진단업무를 보는 데 전문성과 내부 사업 파악 부족 등 일부 한계가 있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경영진단실의 미래전략실 역할 수행 가능성에 대해 “인적·물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학규 사장이 사업지원실장을 맡고, 사업지원TF 최윤호 사장과 주창훈·문희동 부사장이 각각 사업지원실 전략팀장과 경영진단팀장, 피플팀장이 됐다.
삼성전자 경리팀으로 입사한 박 사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부사장), 2017∼2020년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부사장, 2020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22년 3월 디바이스경험(DX)부문 경영지원실장(CFO)을 거쳐 지난해 11월 사업지원TF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사장은 1987년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로 입사해 국제회계그룹과 경영관리그룹을 거친 뒤 2010년 미래전략실 상무, 2014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사업지원TF 부사장을 맡았고 2022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지난해 11월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자리로 이동했다.
주 부사장과 문 부사장도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담당(상무),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인사팀 상무를 거쳐 2017년에 사업지원TF로 옮겼다.
이로써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2017년 11월 출범한 사업지원TF는 8년 만에 정식 조직으로 자리를 잡았다. 삼성전자 측은 사업지원실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부활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지원TF가 오랜 기간 TF로 머물러 있던 만큼 이제는 TF를 떼고 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예전부터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사업지원실은 3개 팀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과거 미전실보다 훨씬 작다”며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했다.
◆이재용의 ‘뉴 삼성’ 위한 인사 태풍 부나
정 부회장의 전격 사퇴로 삼성그룹 최고 지휘부의 수뇌부의 새 판이 짜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회장이 후속 사장단 인사를 대폭으로 실시하는 등 새로운 삼성을 위한 인적 쇄신 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미전실 해체가 대규모 인사 쇄신의 시발점이 된 것처럼, 사업지원TF를 8년 만에 사업지원실로 재편한 게 또 다른 인사 태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삼성전자는 2017년 10월 미전실 사장들이 일괄 사표를 내면서 사장단을 교체했고, 이듬해 2월 2차로 사장과 부사장 등 임원급을 대거 교체했다. 세대교체와 쇄신을 위한 당시 인사에서 60세 이상 사장급들이 줄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미전실 해체 이후 사업지원TF와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을 볼 때 ‘TF’ 간판이 내려지고 정 부회장까지 물러난 건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이 회장이 꺼내들 후속 인사 카드의 성격과 규모에 재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부끄러운 K음주운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9/128/20251109510257.jpg
)
![[특파원리포트] 제 살을 깎는 개혁](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9/128/20251109510239.jpg
)
![[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좋은 ‘깐부’, 나쁜 ‘깐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9/128/20251109510233.jpg
)
![[김정식칼럼] 보유세 인상의 허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9/128/20251109510209.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