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도보 이동 중 성추행을 당해 멕시코에서 만연한 성범죄가 주목받는 가운데, 그 배경에는 라틴아메리카의 ‘마초 문화’가 지목된다.
지난 4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도심을 도보로 이동하던 중 한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하면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피해자인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 여성으로서 겪은 일”이라며 직접 고소에 나섰고, 멕시코 여성부는 즉각 전국 단위 성폭력 신고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멕시코 15세 이상 여성의 약 70%가 적어도 한 번 이상의 성희롱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재학 고려대학교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원 원장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마초 문화(마치스모)’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치스모(Machismo)’는 라틴아메리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남성우월적 사고방식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강한 남자’, ‘지배하는 남자’에 대한 사회적 이상이 여전히 널리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보호받아야 하거나, 혹은 복종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며, 일상에서는 ‘애정의 표시’라며 성희롱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원장에 따르면 이런 문화의 기원은 15세기 스페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베리아반도에 침입해 온 이슬람교도들을 몰아내면서 가톨릭 정체성과 함께 ‘상시 준군사체제’를 유지했던 스페인 사회는 곧바로 신대륙 아메리카 정복에 나섰다. 가톨릭 가치관이 투철했던 정복자들은 여성의 순종과 남성의 권위를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사회 풍토를 만들었다. 특히 성모 마리아를 이상적 여성상으로 삼는 가톨릭 문화는 여성을 순결하고 헌신적인 존재로 고정는 역할을 했다.
가부장적 가치관은 식민지 시대 이후인 19세기 들어서도 계속해서 유지됐다. 멕시코의 토지를 소유한 스페인계 지주 계급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는 농민들을 거느리며 절대적 가부장 권위를 행사했다.
이어 1968년에는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탈권위주의 및 여성해방운동이 발호하는 가운데 멕시코에서도 학생 중심의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지만,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인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 ‘틀라텔롤코 학살’ 사태로 귀결됐다. 결국 멕시코 사회는 권위주의 풍조를 탈피하지 못한 채 오늘날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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