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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 ‘생활고 탈출’ 공약으로 민심 빨아들여… 진보 아이콘 ‘새 역사’ [뉴스 투데이]

입력 : 2025-11-05 18:15:00 수정 : 2025-11-05 17:41:06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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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 무슬림 첫 뉴욕시장 당선

임대료 동결·최저임금 인상 공약
고물가 시달리는 시민 호응 높아

교수·영화감독 부모 둔 부유층 출신
진보 이끌 인물 여부 놓고 의구심
정치 경력 짧아 약점 작용 가능성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지방선거에서 전 세계의 관심은 단연 시장을 뽑는 뉴욕으로 향했다. 뉴욕이 세계 최대 도시여서만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극우·보수 세력이 미국 정치를 완전히 장악한 미국 정치판에 진보적 정책으로 무장한 34세 정치 신인 조란 맘다니가 선거 레이스 기간 줄곧 선두를 달리며 온갖 이슈를 빨아들인 덕분이었다.

조란 맘다니. AFP연합뉴스

결국, 맘다니는 이날 치러진 뉴욕 시장선거에서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당선됐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한발 떨어져 관망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투표 하루 전인 막판 개입했음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전인 지난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완전히 실패한 기록만 있고 경험도 없는 공산주의자보다는 차라리 성공 기록이 있는 민주당 후보가 이기는 게 낫다”며 민주당 출신 쿠오모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라고 독려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고 직격했을 정도로 맘다니는 선거 기간 내내 눈에 띄는 진보적 공약을 내걸었다. 시가 임대료 관리 권한을 가진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를 동결하고, 기업과 고소득층에게 부과한 신규 세금을 통해 버스요금 지원과 무상보육 확대 등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시민들에게 더 저렴한 식료품을 제공하기 위해 시가 직접 식료품점 5곳을 설립하는 등 저소득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는 고물가로 인해 미국 타 지역 대비 70% 이상 높은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 태생의 인도계 무슬림으로 미국 시민권을 딴 지 불과 7년밖에 안 된 이민자라는 배경,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아시아계 저소득층 시민들을 상대로 주거 상담사를 하는 등 진보 활동을 이어온 경력 등도 그의 진보적 색채를 돋보이게 했다.

시민과의 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독특한 선거 운동은 그의 특별함을 더욱 부각시켰다. 선거운동 기간 중 그는 뉴욕시 전역의 길거리에서 수많은 시민을 만나 시장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인터뷰했고, 그 과정을 기록해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유했다. 이런 독특한 소통 방식은 Z세대의 호감을 샀고, 이를 통해 ‘맘다니 돌풍’이 본격화됐다.

결국,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버몬트·민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민주) 등 민주당 내 민주사회주의자 진영 핵심 인물들의 지지를 받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민주당 내 중도좌파를 상징하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까지 “선거 이후 지속해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공개 지지에 나섰다. 34세의 정치신인은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구심력을 잃은 민주당의 체질 개선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순식간에 떠올랐다.

다만, 부유층 출신에 고급 교육을 받은 맘다니가 과연 진보를 이끌 인물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그의 부친 마무드 맘다니는 컬럼비아대 교수로 정치학과 아프리카학을 연구한 저명 학자이며 모친은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두 차례 오르며 미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영화감독 미야 나이어다. 맘다니 역시 뉴욕시의 명문 공립고교인 브롱크스 과학고를 졸업하고, 미국 최고 명문 리버럴아츠(인문학 및 순수 자연과학)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보든 칼리지에서 학사 학위를 받는 등 전형적인 부유층의 삶을 살았다. 이에 이번 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한 에릭 애덤스 현 뉴욕시장은 맘다니를 두고 ‘금수저’와 비슷한 의미인 ‘네포 베이비’(nepo baby)라고 비꼬기도 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에 뜬 맘다니 승리 예측 광고. AP연합뉴스

맘다니의 더 큰 약점은 짧은 정치 이력이다. 불과 5년 전인 2020년 6월 뉴욕주의회 의원선거에 출마하며 정치를 시작한 그가 월스트리트가 존재하는 ‘경제 수도’ 뉴욕을 이끌 역량이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월가와 부동산 업계 등 뉴욕 경제의 핵심 인사들이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맘다니의 이런 짧은 경력을 조명하며 쿠오모를 지원하기도 했다.

맘다니의 ‘미숙함’을 집중 조명한 반대파의 움직임은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는 평가다. 지난달 23∼27일 실시된 퀴니팩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7%는 맘다니가 시장직에 걸맞은 적절한 경험을 가지지 못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득표 비율을 고려하면 지지자들조차도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향후 맘다니의 정치 행보에서 역경이 생길 때마다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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