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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친 죽었나요?”…새벽배달 연인 친 ‘마세라티男’ 감형 이유는 [사건 속으로]

입력 : 2025-11-05 21:10:00 수정 : 2025-11-05 20:05:45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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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마세라티 뺑소니 사망사고
음주 후 지인과 추격전 중 추돌
사고 후 “도망가야돼” 지인 연락
대법서 징역 7년6개월 감형 확정
法 “음주운전 입증 단서 등 부족”
870억 불법도박 총책…경찰 수사

“내 여자친구 좀 봐주세요”

 

지난해 9월24일 오전 3시11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 흰색 마세라티 차량 한대가 신호를 무시하고 빠른 속도로 달라오더니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오토바이는 150여m 날아갔고, 오토바이에 함께 타고 있던 남성과 여성은 그대로 도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여성은 숨졌고, 남성도 골반뼈와 턱뼈가 으스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9월24일 오전 3시11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30대 남성 김모씨(오른쪽)가 20대 연인이 함께 탄 오토바이를 들이받기 직전의 모습.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피해 남녀는 결혼을 약속했던 20대 연인이었다. 새벽 배달 일을 마친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는 함께 퇴근하다 변을 당했다. 목격자들은 “사고 직후 오토바이 운전자가 고개를 들고 ‘내 여자친구 좀 봐주세요’ ‘내 여자친구는 죽었어요?’라며 오열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도로 제한 속도는 50㎞였고 피해자들은 정속 주행 중이었다. 마세라티는 128㎞로 이들을 들이받았다.

 

그런데 마세라티 운전자는 사고를 인지하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범인은 30대 남성 김모씨. 당시 김씨는 벤츠 차량을 운전하는 지인과 추격전을 벌이다 사고 직전 벤츠와 함께 신호를 위반했다. 오토바이를 가까스로 지나쳐 간 벤츠와는 달리 이를 쫓아가던 마세라티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오토바이 뒷좌석을 들이받았다. 마세라티는 구호 조치 없이 500m를 더 내달렸고, 김씨와 동승자는 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마세라티 뺑소니 사고를 당한 피해 남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김씨는 사고 직후 지인들에게 연락해 “음주 교통사고를 일으켰는데 도망가야 하니 대전까지 차량으로 태워달라”,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야 하니 대포폰을 구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하고 도주했다. 그는 친구 오모(33)씨의 도움을 받아 현금을 사용해 택시나 공항 리무진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해외 도피를 위해 비행기표를 2차례 예매했으나 출국금지가 내려졌을 것이라고 생각, 탑승을 포기하고 서울에서 배회하다 범행 이틀 만에 서울 강남구 유흥가에서 긴급 체포된 뒤 구속됐다. 김씨가 탔던 마세라티 차량은 서울 소재 법인 명의로 등록돼 있고 책임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충격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음주 상태이기도 했고 경찰 사이렌 소리도 들려 무서워서 도주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7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범인도피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친구 오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앞서 1심은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7년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9월25일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 차량인 마세라티를 대상으로 정밀 감정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왜 감형이 됐을까. 당초 경찰은 사고 당일 김씨가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검거돼 사고 당시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지 못해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김씨가 차량 운전에 앞서 3차례에 걸쳐 최소 소주 2병 이상을 마신 사실을 확인하고, 위드마크 공식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해 사고 당시 운전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로 운전했다고 판단, 음주운전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1심은 김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음주운전, 도피교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보고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아니라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추산이기 때문에 음주운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에 의해 특정된 김씨의 음주량은 수사기관이 추측한 수치에 불과하다”며 “이를 근거로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광주 도심에서 마세라티 차량을 몰다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뒤 달아난 김모씨가 지난해 10월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광주=뉴시스

 

또 김씨의 범인도피 교사 혐의도 당사자의 방어권 행사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상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고, 그에 따라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처벌되지 않는다. 다만 허위 자백을 하게 하는 등 방어권 남용까지 나아갔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범인도피 교사죄가 성립한다. 김씨와 검사 모두 불복했으나 대법원도 이런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김씨는 은신처를 요구한 혐의로도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경찰은 뺑소니 사고와 별개로 김씨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무직 상태인 김씨가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동남아에 장기 체류한 점을 수상히 여겨왔다. 김씨는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동남아에 거점을 둔 도박사이트 4개를 운영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이트에서 오간 판돈은 870억원대로, 여러 대포통장을 거쳐 자금 세탁이 이뤄졌다. 경찰은 도박에 가담한 440명과 자금 세탁, 현금 유통을 도운 60명을 입건하고 도박 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9명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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