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4000 시대’ 개막과 함께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세가 꺾였다. 미국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계감과 함께 코스피 ‘불장’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떠났던 ‘개미’(국내 투자자)들이 속속 유가증권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설비투자가 4년 만에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전환 등을 위한 투자가 늘면서다. 한편 정부가 수도권 ‘갭투자(전세보증금을 낀 주택 매입)’ 규제에 나서면서 관련 대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자금대출은 지난 한 달 새 5000억원 이상 급감했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폭도 1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장으로 돌아오는 개미들, 예탁금 85.9조 역대 최고치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주(10월24∼30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7억6000만달러(1조887억원)로 직전주(25억1000만달러)와 비교해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빠르게 미국 주식 순매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팅 등 첨단 기술 산업의 약진에 힘입어 계속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요 19개 글로벌 투자기관의 올해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전망치의 평균값은 6538.16으로, 지난달 28일의 6890.89보다 3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처음 4000선을 뚫은 코스피는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과 KB증권은 내년 코스피 목표치로 나란히 5000을 제시했다. 지난 한 달간 코스피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 기대감과 미국 기술주 훈풍에 19% 급등했다.
이에 국내 증시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9일 85조9159억원까지 불어나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놓은 잔액으로 투자 심리가 좋아질수록 늘어난다. 신용거래융자도 같은 날 25조968억원을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5조원대를 넘었다. 신용거래융자는 주가가 오를 때 대출을 통해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어 호황 때 활발해지는 특성이 있다.
특히 국내 큰손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도 급증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1억원 이상 대량 주문은 하루 평균 2만8729건으로 9월(1만8957건)보다 52% 늘었다.
◆9월 투자↑…설비 분야 4년래 최대폭 상승
국가데이터처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산업 설비투자지수(원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다. 2021년(11.3%) 이후 동기 기준 4년 만에 최대폭이다.
자동차와 반도체가 증가세를 이끌었다. 자동차 설비투자는 15.6% 늘었다. 이는 2000년(33.9%)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전환시설 확충, 자율주행·AI 등 미래 산업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 역시 15.7% 늘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 조정과 AI 패러다임 전환으로 초호황기(슈퍼 사이클)에 들어서며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9월에도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2.7% 증가했는데, 반도체 제조용 기계가 28.0% 늘며 상승 흐름을 주도했다.
소비 지표 역시 살아나고 있다. 올해 1~9월 평균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했다. 2023년 -1.3%, 작년 -2.1% 등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하다가 올해 ‘플러스’로 전환했다. 지난 7월 시작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에서 열린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행사에서 “성장 모멘텀이 지속할 수 있도록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은 국가 단위 대규모 소비축제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전국 온·오프라인 행사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갭투자 막히자 5대 은행 전세대출 한달 5385억 급감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123조153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385억원 줄었다. 지난 9월(-344억원)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세이자 작년 4월(-6257억원) 이후 최대 폭이다.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담대도 증가 폭이 둔화했다. 같은 기간 기준 주담대 잔액은 610조2531억원으로 한 달 새 1조2683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주담대는 지난 4월부터 매달 3조∼5조원씩 늘다가 규제 효과가 나타나며 9월(+1조3034억원)부터 진정세를 보였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 폭은 작년 10월(+1조923억원) 이후 최저치다.
다만 주담대를 대신해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도 감지됐다.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새 1조519억원 증가한 104조85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계대출이 가장 가파르게 늘었던 지난 6월(+1조876억원) 수준이다. 주담대를 충분히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끌어 쓴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2769억원 증가한 766조3718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달인 9월(+1조1964억원)보다 2배 빠르게 늘었지만 지난 6월(+6조7536억), 7월(+4조1386억), 8월(+3조9251억)에 비하면 완만한 수준이다.
이처럼 은행권에서 주택 관련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진 가운데 대출 금리까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고정형(은행채 5년물)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31일 기준 연 3.690∼5.832% 수준이다. 두 달 전인 8월 말(3.460∼5.546%)과 비교하면 상·하단 모두 0.2%가량 상승했다.
은행들이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까지 흔들리면서 주담대 금리 하단이 4%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떨어졌던 시장금리가 인하 지연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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