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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이후 10년의 공백을 넘어 다시 세계 무대 문 두드린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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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2 09:57:35 수정 : 2025-11-02 11:13:15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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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교향악단이 뉴욕에서 오클라호마로 이어진 13년 만의 미국 순회공연으로 K클래식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891년 차이콥스키의 개관 공연으로 시작된 유서 깊은 뉴욕 카네기홀 초청으로 성사돼 의미가 크다. 게다가 한국이 자랑하는 작곡가 정재일 작품을 선보여 까다로운 현지 비평가들로부터 호평까지 받았다. 세계적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기 위한 서울시향의 오랜 노력이 하나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이 27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 스턴 오디토리엄에서 10년만에 이뤄진 미국 투어 첫 연주를 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맹장 얍 판 츠베덴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카네기홀 공연은 지난 27일 열렸다. 츠베덴이 직접 정재일 작곡가에게 위촉한 ‘인페르노(지옥)’ 미국 초연을 시작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에 이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관객은 곳곳에서 기립박수를 보냈으며 츠베덴은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8번 앙코르로 화답했다는 게 서울시향 설명이다.

 

우리나라 악단 해외 연주는 드문 일이 아니다. 카네기홀 무대에도 이미 여러 국내 오케스트라가 올라선 바 있다. 다만 이번 무대가 해외 한국문화원 등이 주선해서 열리곤 하는 다른 공연에 비해 특별한 점은 카네기홀 주최라는 점이다.  서울시향만 해도 2007년 첫 카네기홀 공연은 자체 기획이었다. 이후 17년만에 열린 이번 공연은 카네기홀 연중 기획 ‘국제 오케스트라 축제’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서울시향을 필두로 11월 9일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 내년 2월 6일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2월 28일 빈 필하모닉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카네기홀 기록을 살펴보면 1979년 지휘자 홍연택이 이끌었던 코리안심포니 카네기홀 데뷔 공연 정도가 비슷한 사례다.

 

2018년부터 6년간 뉴욕 필하모닉을 이끌다 다소 우울하게 떠나야했던 츠베덴이 서울시향을 이끌고 돌아온 상황에 뉴욕 비평가들도 반응했다. “츠베덴의 통찰력 있는 접근이 대담한 낭만적 감정과 세부사항에 대한 주의를 결합해 신선한 연주를 만들어냈다. 오케스트라의 견고한 현악 섹션의 부드럽고 잘 조화된 음색이 돋보였다.”(바흐트랙), “몇 가지 강점이 있었고 나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주목할 만하거나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은 없었다.”(뉴욕 클래시컬 리뷰) 등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정재일 작품은 모두의 찬사를 받았다. “흡수력 있고 아름답게 균형 잡힌 작품의 인상적인 연주”, “평범한 무대였지만 이 작품은 예외”라는 호평을 받았다.

27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서울시향이 작곡가 정재일의 ‘인페르노’를 미국 초연한 후 정재일이 무대에 올라 갈채를 보내는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1945년 창단 이래 세계적 수준에 오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 서울시향으로서도 이번 뉴욕 공연은 새로운 분기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005년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전권을 쥔 음악감독으로 부임해서 10여 년간 변혁을 단행하며 시도했던 도약이 내홍으로 좌절된 지 10년 만이다. 그간 코로나19 사태까지 들이닥치면서 멈춰섰던 서울시향 도약의 동력이 2024년 츠베덴 취임 이후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네덜란드 공영방송 프로그램으로부터 단원들을 향한 독재자 같은 권위주의적 태도를 비판받은 츠베덴에게도 이번 투어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카네기홀 공연을 앞두고 이뤄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일부에게는 내가 까다로울 수 있다”면서도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말하는 방식의 문제”라고 답했다.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시작하는 ‘따-따-따-딴’을 리허설에서 필요하면 열다섯 번씩이라도 연습시킬 수 있어야 악단이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향 발전을 위한 노력에는 타협하지 않되 자신의 태도는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시향과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이 27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 연주를 마친 후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츠베덴은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가 정말 잘 준비되어 있어서 카네기홀에서 최고 수준의 음악을 함께 만들 수 있었다”며 “이번 투어는 한국 클래식 음악이 지닌 창의성과 가능성을 미국 무대에 선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고, 전 세계 무대를 향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향 미국 순회공연을 바라보는 국내 클래식계 시선은 엇갈린다. 뉴욕에서 오클라호마로 이어진 시향의 미국 순회연주가 공연 순서나 일정 면에서 좀 더 전략적이고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얻은 건 결과보다 과정의 경험”이며 좀 더 준비된 상태로 해외 무대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서울시향 연주를 알리고 있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 입구. 서울시향 제공

서울시향이 적절한 시기에 ‘오징어게임의 정재일’이란 최고의 카드로 세계 클래식 중심부에 자체 브랜드를 각인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클래식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은 흐름 속에서 서울시향이 뉴욕 무대에 선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며 “예술의 완성도는 늘 기본 숙제지만 좋은 시기에 가서 관심을 환기시킨 것 자체가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미국 연주의 핵심으로 정재일 위촉곡을 지목하며 “통상 연주되곤하던 기존 진은숙 작품 등에서 벗어난 ‘신의 한 수’였다. 한국성과 보편성이 공존할 때 지속적 관심이 생긴다”며 “츠베덴은 그만의 방식으로 서울시향을 재건 중이며 예술적 평가는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그 결과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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