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정부와 국회 등을 향해 “제2의 의료 사태가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9월 수련 병원으로 대거 복귀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를 꾸려 성분명 처방과 한의사 엑스레이(X-ray) 사용 허가 등의 제도 개편에 적극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투쟁력을 높이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를 구성하고 의료계 현안에 대응한다고 밝혔다.
◆성분명 처방∙한의사 X레이 허용 등…당장의 불씨
의협은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분명 처방’, ‘한의사 엑스(X)레이 사용’, ‘검체수탁 고시’를 ‘3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수급이 불안정한 필수의약품에 한해 의사가 의약품 ‘상품명’ 대신 ‘성분명’으로 처방하면 약사가 해당 성분 의약품 중 하나를 택해 조제하는 성분명 처방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관련해 의료법∙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런 방안이 의사 진료행위에 관한 침해로 판단하고 있다. 또 의약분업 파기라며 반발한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은 수급불안정의약품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할 정부가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성분명처방 강제화를 섣불리 법제화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밝혔다.
최근 한의사 X레이 사용을 허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에 대해서도 반발심이 크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방사선 장치를 설치할 경우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이때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은 의사, 치과의사, 방사선사 등으로 복지부령은 제한하고 있다.
개정안은 ‘의료기관 개설자나 관리자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경우에는 안전관리책임자가 되어’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한의사가 직접 개설한 의료기관은 한의사도 안전관리책임자가 돼 엑스레이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의 의료에서 발전된 의료기술의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 개정안의 취지다.
의협은 이에 대해서도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하고 위험한 시도”라고 밝혔다. 정부가 검체검사 위탁기관(병의원)에 지급해온 관리료를 폐지하고 위탁기관과 수탁기관(검사센터)이 비용을 각각 청구하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에도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제2 의료 사태’를 거론할 정도로 투쟁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이재명정부가 출범 초기 전문가와의 소통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의료현장의 전문가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채 의료 전문성을 부정하고 특정 직역의 이익에만 매몰돼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료계 분노와 불신은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제2의 의료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의협 집행부는 최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의협은 다음 달 의료계의 여론을 수렴해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다만 지난 의∙정갈등으로 의료 대란이 일어나는 등 국민이 큰 피해를 보았던 만큼, 의협 역시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다. 김 대변인은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정부보다는 국회”라며 “일단 국회를 대상으로 대응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역의사제∙공공의대…더 큰 뇌관 남았다
문제는 현재 논란인 사안 외에도 의료계의 반발에 부닥칠 의료개혁 방안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모두 의협이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 공백 문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의협은 지역의사제·공공의대로 의과대학 학생을 선발해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게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의료계의 반발이 결국 ‘기득권 사수’를 위한 집단행동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례로 성분명 처방 도입은 수급이 불안정한 의약품에 한정하며,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도입된 제도라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수급 불안정 의약품의 성분명 처방 허용 관련 “수급 불안정 의약품과 필수의약품부터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의료계 반대 의견이 있어 사회적 합의나 논의를 더 해야 한다”며 “수급 불안정 의약품 모니터링과 정의부터 논의해야 한다.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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