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李 ‘독자 건조’와 입장차
필리조선소서 건조 땐 증설 필요
韓 핵 인프라 구축까지 ‘이중투자’
美 기술유출 민감… ‘통제’ 불가피
핵 연료 공급엔 공식 입장 안 내
“핵잠 건조까지 10년 이상 걸려”
비용따라 해군 증강계획도 영향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핵연료 공급에 대해 한국 측은 미국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치·경제·과학·군사적 요소가 복잡하게 뒤얽힌 사안인 만큼 후속 협상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후속 협상에서 가장 큰 변수는 건조 주체다. 전날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독자 기술로 건조하고 미국에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을 거론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만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한국이 인수하는 것을 거론했다는 해석이다.
 
 
            한국 입장에선 선체와 원자로를 국내에서 제작하는 것이 기술 축적 및 창정비와 설비 투자 효율성 등에서 훨씬 유리하다. 미 본토에 있는 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만든다면 미국 측의 강력한 기술통제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은 2011년 F-15K 전투기의 센서인 ‘타이거 아이’에 기술 유출을 막고자 설치한 봉인을 한국 공군이 훼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고강도 조사를 벌였고, 지난해엔 이지스함 핵심 기술인 협동교전능력(CEC)의 한국 수출을 거부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술통제는 독자적인 잠수함 정비와 성능개량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군함 건조 기반이 미약한 필리조선소 역량을 높이기 위해 잠수함 제작 설비와 방사능 차폐 시설 등을 갖추면서 국내 조선소에도 투자를 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더라도 한국에 핵연료 취급·훈련·정비 인프라는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며 “(필리조선소 건조는) 국내 설비 투자와 해외 건조가 병행되는 ‘이중 투자’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필리조선소에서의 건조에 대해서 양국 간 추가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연료 확보도 난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은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미 국방부(전쟁부)는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미국에서 핵연료를 반출하려면 광범위한 법률 검토와 국무부·에너지부·상무부 등의 평가와 승인이 필요하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한·미 양측의 제도적 정비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술적·법적 절차를 놓고 미 행정부와의 협상이 장기화될 위험이 있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에너지 안보상 주의를 요하는 ‘민감국가’로 분류하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이 실무 협의를 진행해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연료 농축도와 관련,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우라늄) 농축 정도가 20% 이하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국내에선 농축도 20% 수준의 핵연료를 쓰는 원자로 설계 능력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축도 20% 수준의 핵연료는 5∼10년마다 핵연료를 교체 및 폐기해야 하므로 작전·비용 효율성이 떨어진다. 비효율성을 감수하면서 현재 기술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 추가 투자를 통해 미국·영국처럼 90% 이상의 농축도를 갖춘 핵연료를 쓰는 고성능 원자로를 만들어 성능·작전 효율을 높일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원자로 기술 실증을 위한 지상 시설 건설, 원자로 성능 설정, 핵연료 공급을 둘러싼 대미 협상 등과 직결된 문제다.
 
 
            건조 기간과 비용도 변수다. 강 총장은 핵추진 잠수함으로 건조될 것으로 추정되는 장보고-Ⅲ 배치-Ⅲ 건조에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안 장관은 4척 이상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보다 건조비가 최소 3배 이상 높다. 미 해군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척당 건조비는 약 35억∼40억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 버지니아급과 유사한 잠수함 4척을 만든다면, 20조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한국은 핵연료 취급 설비 등 관련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하므로 국내 건조 시 신규 투자 수요가 더 많다. 미 해군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한다면 현지 공급망 확충과 설비 투자, 물가, 관세 등에 따라 건조비가 더욱 늘어날 위험도 있다. 통합방공망과 유·무인 복합체계 등을 구축하려는 해군의 전력증강 계획도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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