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아킬레스건 양보로 확전 막아
민감한 안보 주제 대만도 거론 안 해
AI반도체 대중 판매·틱톡 매각 논의
희토류 통제 유예 기업들 한숨 돌려
매년 합의안 검토… 갈등 재발 예고
“구조적 갈등 덮는 임시처방전”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에서 만나 핵심 쟁점들에 합의하면서 무역전쟁의 불길은 일단 멈췄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해온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으며,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를 유예하고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 협력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 ‘시간을 번 휴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시 주석과 회담한 뒤 귀국길에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진행한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다”며 “장애물은 이제 없어졌다”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우리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수출통제에 집중했으며 중국은 희토류 공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은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로 제한된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국 판매와 중국의 미국 에너지 구매, 중국 기업 틱톡의 미국 매각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양국 경제·무역팀이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문제 해결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측은 후속 작업을 구체화하고 조속히 마무리해 합의를 지키고 실행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중·미 양국과 세계 경제를 안심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 두 정상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안보 관련 주제는 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오래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을 통해 관세와 수출통제가 완화된 만큼 당장 글로벌 시장의 불안은 한숨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무기,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다. 세계 공급망의 90%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통제 유예만으로도 시장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미국이 관세를 낮추고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점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식료품·의약품 가격 안정은 미국 소비자 심리를 개선하고,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에 자신이 중국을 방문하고 그 뒤 시 주석의 미국 답방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정상 외교를 통한 미·중 관계 완화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관세 휴전을 통해 한국 역시 글로벌 교역량이 늘고 반도체·배터리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수요가 일시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 특히 미·중 합의로 중국 측이 한화필리조선소를 비롯한 한화그룹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한화그룹도 한숨 돌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양국 정상이 만나 합의한 조치들은 구조적 갈등을 덮는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무역합의를 매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1년 뒤 양국 ‘치킨게임’이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맞서 자립형 산업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패권을 둘러싼 전면전의 성격을 띤다. 미·중 관계는 패권국과 도전국의 충돌을 뜻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패권 경쟁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새로운 전면전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갈등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전략산업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며 한국 기업들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근본적 위협도 여전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회담에 대해 “지도자들의 주요 현안 중 일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문제, 중국의 실질적인 미국산 대두 구매량 등은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미·중이 무역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깨지기 쉬운 휴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이번 거래로 양측이 숨 쉴 여유를 얻긴 했지만 이번 회담은 “대규모 재편이 아닌 전술적 휴전”이라고 짚었다.
대니얼 배허 전 USTR 보좌관은 “이번 무역 휴전은 다음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일 뿐”이라며 “미국은 희토류 공급망 재편에, 중국은 반도체 자립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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