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물가의 갈대와 버들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들녘의 벼는 익어 고개를 떨구고 하천의 물결도 한결 느긋해진다. 그러나 그 고요한 물결 아래에도 생명은 쉼 없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 속에서 은은한 빛을 띠며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 ‘버들붕어’는 우리 하천 생태계의 숨결을 지탱하는 토종 민물고기다.
버들붕어는 논두렁이나 늪지, 물 흐름이 느린 하천 등 고요한 수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버들붕어의 생김새는 버드나무 잎처럼 길고 가늘며 옆으로 납작하다. 비늘에 빛이 비치면 은은한 황금빛과 연녹색으로 번져 반짝이는데 포식자를 피해 수초 사이를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모습은 마치 한 줄기 버들잎이 물살에 흘러가는 듯하다.
수초가 무성한 6~7월은 버들붕어의 번식기다. 이때 수컷은 붉고 푸른빛이 어우러진 혼인색으로 몸을 물들이며 암컷을 유혹한다. 짝짓기가 이루어지면 수컷은 점액질과 공기를 섞어 거품 둥지를 만들고, 암컷은 그 안에 알을 낳는다. 날이 서늘해지면 버들붕어의 움직임이 한결 느려진다. 낮아진 수온과 짧아진 햇살을 감지한 버들붕어 개체들은 무리에서 벗어나 각기 수초 등지에 몸을 숨기고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먹이를 줄이고 신진대사를 낮추며 겨울을 준비하는 이 변화는 혹한을 견디기 위한 생리적 적응이다.
늦가을 물가에서 고요히 반짝이는 수면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버들붕어를 만날지도 모른다. 작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우리 하천의 숨결을 이어가는 버들붕어. 그 작은 생명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일, 그것이 곧 자연을 사랑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이승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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