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그날 하루 다가올 일상이 버겁게 느껴진다. 오전 햇살을 받으면서 산책하거나 걸어서 도서관에 가거나 하는 고요한 일상이 그립다. 집안일은 왜 이리 많고, 처리할 일은 왜 늘 산더미인지,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책 읽을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다른 일도 그렇지만 사실 책을 읽지 못하면 마음도 몸도 더할 수 없이 황폐해진다. 책을 읽지 못하면 그 어떤 걸 해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대결하듯 눈을 부릅뜨고 책을 읽어 나가는 일은 적잖은 에너지가 든다. 그럼에도 벗어나기 어렵다.
누군가가 오랜 시간을 바쳐 공들여 쓴 이야기를 읽지 못한다는 건 대단한 절망감을 준다. 내게 죽음이란 결국 책을 읽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삶에서 독서를 대체할 만한 다른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오디오북이나 강연을 듣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물성이 있는 책 말이다.
독서하고 싶은 공간이나 분위기를 상상해 본다. 벤치가 있고 호수가 있는 공원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두운 극장이 온종일 열려 있고 언제나 들어가서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서울 도심에 작은 도서관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어떤 기차가 있는데 시티투어버스처럼 마음에 드는 역에 내릴 수 있고 거기서 책을 볼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책을 소지하지 않으면 승차할 수 없는 기차 말이다.
책을 읽지 못한 날에는 밤에 잠들 때 책 한 권을 옆에 놓고 잠든다. 어젯밤엔 우주비행사들이 보는 지구의 아름다움에 관해 쓴 소설 ‘궤도를 옆에 놓고 잤다. 2024년 부커상 수상작이라는 핑크빛 띠지와 연결된 표지의 푸른 우주를 상상하면서, 곧 천천히 모두 다 읽을 날을 기대하면서.
강영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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