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싸움(Fight)’과 ‘경쟁(Competition)’을 혼동하고, 비슷한 개념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경쟁은 같은 목적을 두고 서로 겨루는 것을 의미하는데, 제한된 가치를 두고 서로 차지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경쟁의 목적이 ‘가치 획득’이라면, 싸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거나 ‘무조건 이기고 보는 것’에 집중한다.
싸움과 경쟁은 혼동하거나 비슷한 개념으로 착각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싸움은 공멸을, 경쟁은 공생의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K푸드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언뜻 생각해 보면 같은 업종이 모여 서로 손해를 볼 것 같지만, 이들은 고객을 끌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생존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력하고 실력을 갖춘다. 결국 실력 있는 강력한 먹자골목이 되어 모두가 상생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가 ‘맛’ 강국이 된 것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춘 결과다. 진정한 경쟁은 노력과 실력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진정한 싸움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기 자신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정해 놓은 어떤 계획을 누가 뭐라고 해도,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부단히 인내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가장 어렵고 힘든 싸움이다. 위인들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가두리 기법과 퇴로 차단법을 이용했다. 가두리 기법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가두리를 설치하고 자기 자신을 가두리에 가두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자신이 글 쓰는 일에 나태해짐을 느끼자 자신의 옷을 모두 벗어 하인에게 준 다음 어떤 손님이 찾아와도 절대로 문을 열어주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
퇴로 차단법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 그쪽으로 도망칠 수 있는 퇴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기 위해 부관에게 건너왔던 다리를 불 지르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자기 자신이 나태해지고 태만해져서 아무런 발전 없이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느껴질 때, 한 번쯤은 가두리 기법과 퇴로 차단법을 활용하여 자기 자신을 채찍질해 보는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
이겼다는 것은 무조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이김을 위해서는 ‘목적’을 알아야 한다. 지고도 목적을 이루었으면 이긴 거다. 아이와 달리기의 목적은 ‘더 친밀’해지고 ‘자신감을 주는 것’이다. 아이와 달리기에서 져주면 아이는 승리 후 더 친밀해져 내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또 매사에 자신감을 갖는다. 목적을 이룬 것이다. 이게 이긴 거다.
민주주의는 정치 집단 혹은 개인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권력을 획득하고, 그 권력을 국민의 안위와 행복, 성장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생명력을 갖는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매일 소모적 싸움만 한다. 싸움을 경쟁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싸움의 결과는 상처뿐인 공멸이다. 국민의 행복과 성장, 발전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거듭나 생산적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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