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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년 위작 논란 끝… 고갱 ‘자화상’ 진품

입력 : 2025-10-29 22:00:00 수정 : 2025-10-29 21:02:08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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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作 ‘안경 쓴…’ 유작 간주
1924년 소더비 경매서 첫 제기
바젤미술관, 안료 분석 등 진행
“생전 제작… 위조 증거는 없어”

한때 위작 의혹에 휘말렸던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의 1903년작 자화상이 진품으로 결론났다.

29일(현지시간) 아트뉴스에 따르면, 스위스 바젤미술관은 “이번 분석 결과, 작품은 고갱이 생전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도적 위조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작 의혹을 받은 폴 고갱의 마지막 자화상 ‘안경 쓴 자화상’(1903). 바젤미술관 소장

해당 작품은 1945년부터 바젤미술관이 소장해온 1903년작 ‘안경 쓴 자화상(Self-Portrait with Glasses)’으로, 고갱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린 유작으로 평가돼왔다.

위작 논란은 작품이 처음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등장한 1924년부터 제기됐다. 1928년 스위스 수집가 카를 호프만이 바젤미술관에 기증했을 때도 ‘추정 자화상’이라는 라벨이 붙어 의혹이 지속됐다. 바젤미술관장 게오르그 슈미트는 연례 보고서에서 “작가가 병든 상태였던 만큼, 평소의 외모나 회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그림은 이후 고갱의 유작으로 간주됐고, 1964년 발간된 고갱 도록 레조네에도 수록됐다.

이후 올해 초 자칭 ‘아마추어 미술 탐정’으로 알려진 파브리스 푸르마누아르가 “이 작품은 고갱 사후에 베트남의 반식민주의 혁명가 응우옌 반 깜이 제작했다”고 주장하면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응우옌 반 깜은 프랑스 식민통치에 저항하다 타히티로 유배된 인물로, 생전 고갱과 가까운 친구로 알려져 있다. 푸르마누아르는 과거에도 2002년 미국 게티미술관이 약 500만 달러에 구입한 고갱의 조각 ‘뿔 달린 머리’의 진위를 문제 삼은 인물이다. 해당 작품은 이후 ‘작자 미상’으로 재분류됐고, 2019년 전시에서 철수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바젤미술관은 재조사에 착수했다. 미술관은 베른 예술아카데미 실험실과 협력해 작품의 안료 분석과 방사선·적외선 스캔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사용된 안료는 고갱이 생존하던 1900년대 초반 시기에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확인됐다. 작품이 고갱 생전에 제작됐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다만 스캔 과정에서 얼굴 일부가 나중에 덧칠된 흔적이 발견됐다. 바젤미술관은 “이 덧칠은 1918~1926년 사이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으며, 응우옌 반 깜이 수정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의적인 위조의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빌덴슈타인-플래트너 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바젤미술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작품의 역사와 제작 과정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며 “현재 이 작품은 다시 전시장에 걸려 관람객에게 공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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