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와서 꽃들이 만개하는데 장미만 피지 말라고 하는 격이다.”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부정적인 투자자들의 평가를 요약하면 대체로 이렇다.
최근 투자 시장에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주식뿐 아니라 코인, 금, 원자재 등 투자 자산들이 거침없이 뛰고 있다.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란 비아냥을 샀던 코스피도 최근 지수가 4000을 돌파하면서 그동안 힘들게 버텨온 ‘동학 개미’들이 모처럼 웃었다.
빈부 격차의 주범 중 하나인 집값 상승을 봄바람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나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부동산도 그 바람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의 ‘내 집 마련’이나 ‘좀 더 나은 집’을 꿈꾸는 열망은 그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렬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자산이 오르는데 부동산만 멈춰 세울 수 있을까. 일각에선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 등 실물 경제가 나쁜데 자산이 뛰는 건 거품이라며 버블 붕괴를 우려한다.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자산 가격 상승은 모래성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지금의 자산 상승은 늘어난 유동성뿐 아니라 화폐 가치의 신뢰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정부가 돈을 마구 찍어낼수록 돈의 가치가 하락해 실물 자산이 오르는 상황은 과거부터 계속 반복돼 왔다.
금과 달러를 연동하는 ‘금본위제’ 폐지 이후에도 깊은 신뢰를 받았던 달러조차 미국의 무한 찍어내기 탓에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우리 정부도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민생회복지원금 등 막대한 돈을 풀며 자산 시장에 물을 댔다. 그러면서 장미(부동산)는 그만 피고 주변 들꽃(주식)이 만개하길 바라는 모습이다. 사실상 보유세 카드 외의 규제책을 망라한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온 배경이다.
당장 거래가 급감하고 현금 부자 외에는 집 살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인기 지역 아파트 가격은 주춤해졌다. 그렇다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예측 불가능한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한동안 집값이 떨어질 요인이 없다고 본다. 금리 인하 시기의 유동성 증가, 화폐 가치 하락, 주택 공급 부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서울 전역 확대를 비롯한 고강도 규제로 전세 물량이 확 줄면 ‘전세가 상승→매매가 상승 및 하방 지지선 구축’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세 대출도 꽉 틀어막다 보니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 역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는 그 취지와 반대로 사람들의 욕망과 ‘포모’(기회 상실 우려)를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정권인 노무현?문재인?이재명정부에서 집값 폭등이 나타났지만, 그건 앞선 정부의 유동성 확대가 쌓여 해당 정권 때 터진 측면도 있다. 그렇더라도 ‘임대차 3법’ 등 무리한 부동산 대책을 대거 밀어붙이다 많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을 야기한 문재인정부처럼 시장 흐름을 거스른 처방책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집값이 미친 듯이 뛰는데 손 놓고 있을 정권은 없다. 그러나 규제 대신에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망을 인정하고 장기적인 공급 대책을 펴는 선택과, 반대로 ‘지금 집 사면 안 된다’며 당장의 수요를 억누르는 선택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규제 일색의 정책을 펼 경우 박탈감에 시달리는 지지층을 달랠 순 있겠으나 더 오래 시장과 싸워야 할 수 있다. 그 정치적 선택의 결과가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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