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인류 생존의 근간이자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전략 산업이다. 그러나 최근 농업은 기후변화, 농자재 가격 상승, 비료 과다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작물 생육에 필수적인 ‘양분관리’는 생산성과 환경 보호에도 직결되는 핵심 요소지만, 토양의 양분 상태는 현장에서 즉시 파악하기 어려워 여전히 실험실 분석이나 농사 경험에 의존하고 있어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다.
이는 결국 토양 내 양분 불균형으로 이어져 작물 생육 저해와 수확량 감소는 물론, 불필요한 비료 투입으로 인한 농가 부담과 환경 부하까지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생육 단계별로 빠르게 변하는 토양 양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제약은 비효율적인 양분관리와 자원 낭비를 초래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 실현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과 광운대학교 연구팀은 ‘실시간 토양 양분 센서’를 공동 개발했다. 다채널 스크린프린트형 이온 선택성 전극을 기반으로 한 이 센서는 작물이 실제로 흡수 가능한 형태의 질소, 인산, 칼륨 성분을 토양 용액에서 실시간 측정할 수 있다. 기존 전기전도도(EC) 센서가 양분의 총량만을 측정했던 것과 달리, 이 센서는 주요 성분의 개별 농도를 구분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특히 기존 이온 선택성 전극 센서의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수분 의존도’ 문제도 개선되어 토양 내 수분이 30% 이상만 유지되면 논은 물론 밭에서도 높은 정확도로 측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적 완성도는 활용 범위를 수경재배로 확장시켜 작물 생장에 필수적인 양분의 세밀하고 정확한 양액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 센서는 유효기간이 지나면 센서를 교체하거나 보정을 해야 하지만 이 센서는 전극만 교체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해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경제성이 높다. 측정된 양분 데이터는 스마트폰 등으로 실시간 전송되어 농업인은 언제 어디서나 농지의 양분 상태를 확인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필요한 만큼만, 적시에’ 비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양분관리는 비료 사용을 최적화하여 과잉 시비로 인한 토양오염과 환경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결과적으로 농가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이 기술에 대해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고 전문 학술지에 연구 성과를 게재하며 기술 확산에 힘쓰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양분 분석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 순환 등 글로벌 농업의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으며, 스마트 농업 전환을 가속화하는 핵심 동력으로서 우리 농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전략 자산이 될 것이다. 앞으로 농촌진흥청은 토양 용액뿐 아니라 토양 전체의 양분 농도를 정밀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기술과 데이터를 스마트팜 플랫폼과 연계·통합하여 데이터 기반의 고도화된 영농 관리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농업 생산성과 환경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정밀농업 생태계’의 초석을 마련할 것이다.
곽도연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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