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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vs 김은혜 2R?…‘안갯속’ 내년 경기지사 選擧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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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9 08:00:00 수정 : 2025-10-29 09:43:08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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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도 몰라”…지난 국감에선 공세·설전 ‘어게인 2022’
김동연 지사 현직 ‘프리미엄’…여론조사 잇따라 1위 수성
대권 관문 떠오른 경기지사…與野 잠룡들 ‘바닥 다지기’
與 추미애·한준호·김병주 등 ‘친명 주자들’ 李 후광 경쟁
野 유승민·김은혜·한동훈·원희룡 등…대항마 놓고 고심
7개월 남은 선거, 변수 다양…‘유력 언론’ 여론조사 없어

#.1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5월, 경기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 2층 사무실. 2시간여의 심야 인터뷰 상대는 첫 민선 여성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였습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인터뷰에 응한 김 후보는 보좌진 없이 홀로 사무실에 들어와 가감 없이 소회를 털어놨습니다.

 

기자·앵커 출신답게 시원스런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시종일관 겸손한 태도로 호감을 얻었습니다. 이런 김 후보였지만 상대 당에 대한 공세에 나설 때만큼은 매서운 정치인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치적에 매몰돼 헛돈을 쓰지 않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이 땅에서 여성과 어머니로 살아가는 이들을 상대로 갈라치기 정쟁을 시도해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당시 경기도지사 선거는 6·1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였습니다. 경제부총리 출신 민주당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외나무다리’ 혈투를 벌였습니다. 직전 20대 대선에선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5%(46만표) 이상 이기며 전임 도지사 ‘프리미엄’을 살렸던 곳입니다. 이어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김은혜 후보가 새벽 개표에서 역전을 허용하며 0.15% 차이로 석패했습니다. 

 

#.2 지난 20일 경기도청 광교 청사. 이곳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은 ‘어게인 2022’라 불릴 만했습니다. 도내 중국인 부동산 거래 현황과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두고 설전이 이어졌습니다. “중국인 대상 투기조사를 안 하면 직무유기”라는 김은혜 의원의 공세에, 김동연 지사는 “상호주의 개념조차 모르고 계시다”며 맞받아쳤습니다. 김 지사는 답변 도중 “김 의원이 선동과 혐오의 언사를 쓰고 있다”며 강공에 나서기도 했죠.

 

오후 질의에선 김 의원이 다시 “왜 지사님이 김현지 눈치를 보시느냐”고 공격했습니다. 이에 김 지사는 “어떻게 말씀을 그렇게 하시냐”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죠. 관료 출신답게 주변과 거리를 두며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김 지사였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습니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김은혜 의원. 경기도 제공

민선 8기 3년여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온 김 지사는 올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서며 다시 한 번 정치인으로서 껍질 벗기에 나선 바 있습니다. 솔직담백한 성격에도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김 지사는 최근 도내 31개 시·군을 돌며 ‘근접’ 민생 행보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취재 나온 기자들과 가볍게 ‘치맥’을 나누며 도정과 관련한 의견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지난 3년간 찾아볼 수 없던 모습입니다.

 

◆ 김동연 vs 김은혜 2R ‘불투명’…국정감사에선 舌戰 

 

내년 6·3 지방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권 관문’이 된 경기도지사 후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선 상징성 넘치는 지역에서 도지사로 행정 경험을 쌓으며, 동시에 차기 대권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입니다. 

 

관심을 끄는 김 지사와 김 의원의 재대결은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김 지사의 재선 도전은 이미 가시화된 가운데 김 의원의 입장은 뚜렷해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직을 포기하고 출사표를 던진 그는 바로 옆 분당을에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또다시 도지사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포기한다면 입길에 오르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악수하는 김동연 지사(오른쪽)와 김은혜 의원. 경기도 제공

당내에선 “서울시장 도전이 더 적합하다”는 평가와 함께 1석이 아쉬운 상황에서 경합지역 의석을 보궐 선거에 맡기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 의원 자신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재출마에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인구 1400만에 육박하는 경기도는 이제 서울보다 큰 의미를 지닌 정치 승부처입니다. 여권에선 김 지사 외에 유력 정치인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6선 추미애 의원(하남갑)의 행보는 관심을 끕니다. ‘친명 코드’를 갖춘 데다 과거 ‘추다르크’라는 애칭이 말해주듯 과감한 추진력이 강점입니다. 국회 법사위원장직을 수행하며 대중 주목도를 다시 끌어올린 것도 유리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 새천년민주당을 출입할 때 동지들을 열린우리당으로 떠나보낸 뒤 홀로 삼보일배를 하며 비대위원장으로 당을 지키던 추 의원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 뉴시스

김병주 의원(남양주을)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아예 출마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지인들에게도 도지사 출마와 관련해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지방선거 경선에서 탈락한 염태영 의원(수원무)과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한준호 의원(고양을)의 행보도 출마를 향해 있습니다. 이언주 의원(용인정), 양기대 전 의원도 바닥을 다지고 있습니다. 이 중 3선 수원시장 출신으로 김 지사 옆에서 경제부지사로 활약했던 염 의원의 경우 적잖은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의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큰 실수 없이 행정을 이어오며 현직 지사 프리미엄을 살리고 있습니다. 기회소득과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정책 시도로 행정 경험도 쌓았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강성 지지층의 당원 투표는 넘어야 할 산입니다.

 

최근 정부의 10·15 부동산대책을 두고 국정감사에서 옹호 발언을 한 것도 평가가 엇갈립니다. 도내 일부 주민들이 정부의 ‘삼중 규제’ 영향권에 들면서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득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지적과 함께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주며 무난하게 지원사격에 성공했다는 긍정론이 나옵니다. 

 

야권인 국민의힘 내부에선 벌써 ‘전략공천’ 얘기가 돕니다. 안철수(성남 분당갑)·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 등 대선주자급 현역 의원 외에 유승민·원유철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원희룡 전 장관도 하마평에 오릅니다.

2017년 4월 유승민 당시 대선후보(오른쪽)가 서울 홍익대입구에서 딸 유담씨와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선인 나경원 의원의 경우, 현실적으로 출마 가능성이 희박해 보입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과 ‘추·나 대전’이 성사될 것이란 얘기가 돌았지만, 나 의원은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만약 출마하더라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인 국민의힘에선 “누가 나오든 당내에서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 지역 여론조사, 김동연·유승민 與野 우위…여전히 안갯속

 

이런 가운데 경기교육신문 등의 의뢰로 글로벌리서치·조원씨앤아이가 공동 조사해 28일 공개한 ‘2026년 경기도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선 다시 김 지사가 차기 여권 후보군 가운데 1위(29.9%)에 올랐습니다. 같은 기관의 한 달 전 여론조사 20.9%보다 9%포인트 오른 수치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지 않아 참고용으로만 볼 수 있는 지표이지만, 전반적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김 지사에 이어 추미애 의원 15.2%, 한준호 의원 8.3%, 김병주 의원 5.8%, 염태영 의원 2.2%, 이언주 의원 1.9% 등의 순이었습니다.

 

김 지사는 5개로 나눈 권역별 조사에서 대부분 앞섰습니다. 2∼4권역에서 28.2∼38.0%의 지지를 얻어 수위를 차지했습니다. 1권역(고양·파주·김포)에선 추 의원(23.2%)이 김 지사(21.3%)를 이기고 1위를 했습니다.

국민의힘 제21대 대선 경선에 도전한 한동훈 전 대표. 한동훈 SNS 캡처

김 지사의 연령대별 지지율은 60대가 41.5%로 가장 높았고, 18~29세 지지율은 20.0%로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추 의원은 40대에서 20.6%의 지지를 기록했습니다.

 

보수 야권 후보 가운데는 유승민 전 의원(26.5%)이 수위를 달렸습니다. 김은혜 의원 14.2%, 한동훈 전 대표 13.4%, 원희룡 전 장관 11.3%, 원유철 전 의원 1.6% 등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야권에선 유 전 의원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한 달 전 18.7%보다 7.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5개 권역 모두에서 경쟁 후보들을 앞섰습니다. 

 

‘합리적 보수’로 알려진 유 전 의원은 늘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지만 충성도 높은 지지층이 부족해 고배를 마시곤 했습니다. 국회를 출입하던 당시, 유 전 의원이 기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난해 ‘계엄사태’ 이후 강성 보수층의 공세에 시달려온 한 전 대표의 경기지사 출마는 유 전 의원의 출마와 함께 아직까지 하나의 시나리오에 그치고 있습니다. 강성 보수층이 득세한 국민의힘에서 공천받기 어렵다는 분위기 탓입니다. 양당 체제가 굳어진 정치구도에서 독자 출마를 택할 경우, 당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집니다. 

 

향후 선거에선 변수가 다양합니다. 경기지사의 경우 유력 언론은 아직 한 차례도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선거 국면에선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이전 여론조사들이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모두 출발선에 선 뒤에야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죠.

 

이번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평가)이 다시 내림세를 그리며 부정 평가가 다소 상승한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여당 프리미엄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얼마나 살아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최근 부동산·외교·사법과 관련한 정책 리스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5~26일 도내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7.5%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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