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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소지로 실형… 42년 만에 무죄

입력 : 2025-10-28 19:20:00 수정 : 2025-10-28 21:42:50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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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위반 혐의 정진태씨 재심
법원 “널리 읽혀… 반국가 아냐”

40여년 전 카를 마르크스의 저서 ‘자본론’ 등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로 내려진 실형이 재심에서 뒤집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는 2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진태(72)씨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정씨는 고문과 수사기관의 회유·강압을 당했다는 이유로 항소, 상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보관하고 있다가 불법 구금돼 옥살이했던 정진태(오른쪽 두번재)씨가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최정규 변호사(왼쪽) 등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4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이 사건에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다고 보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화위 조사 결과 정씨는 1983년 2월15일 검거돼 구속영장 집행까지 23일간 불법 구금됐고, 조사 과정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정씨가 주장했던 수사기관의 회유와 허위자백 강요 정황도 확인됐다. 김 판사는 이날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자본론뿐 아니라 카를 마르크스 사상이 담긴 저서는 국내에서 공식 출판되고 널리 읽혔다”며 “피고인이 가입해 활동한 스터디 클럽을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동조할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거나 반국가의 목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서적을 소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40년 동안 짓눌렸던 굴레를 벗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직장도 제대로 못 잡고 어려운 생활을 했다”며 “이제야 정말로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씨 측은 이날 무죄 판결을 바탕으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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