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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기 힘드네’ 1명에 새는 수억원…‘채용 실패’ 다섯 유형 보니

입력 : 2025-10-28 16:28:03 수정 : 2025-10-28 16:40:50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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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기업 스펙터, 기업 사례 등 분석
‘채용 실패’ 1건당 2억여원 손실
‘저성과자’ ‘조기퇴사’ 등 다섯 유형 구분
‘채용 실패’ 막기 위한 기업 노력도 요구
조기 퇴사나 조직과 구성원 간의 문화 부조화 등으로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이른바 ‘채용 실패’ 비용이 사례 1건당 2억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28일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원의 조기 퇴사나 조직과 구성원 간의 문화 부조화 등으로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이른바 ‘채용 실패’ 비용이 사례 1건당 2억1070만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28일 나왔다.

 

HR 테크 플랫폼 ‘스펙터’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AI(인공지능) 채용 의사결정 솔루션 ‘TEO(테오)’ 공개 HR 트렌드 세미나 ‘Decision 2025’에서 “다양한 학술 연구와 실제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TEO’는 기업이 등록한 채용공고와 인재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과 지원자 간 ‘일치율(Fit Data)’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AI 채용 의사결정 솔루션이다.

 

스펙터의 김형우 리드는 “같은 사례가 1년에 10건만 발생해도 21억700만원의 채용 실패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라며 “웬만한 중소기업 한 곳의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라고 말했다.

 

조사는 면접관의 인건비, 채용 채널 활용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 등을 종합해 이뤄졌다. 구인과 그 이후 직무 교육 등에 들어간 비용을 총망라했을 때 기업이 그만큼의 금액을 이미 손해 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아가 HR업계는 ‘채용 실패’를 단순한 인건비의 손실로만 여기지 않는다. 조직 생산성의 저하, 구성원들의 직무 몰입도 하락 등을 초래하면서 기업의 이익 추구 과정에 손실을 끼친다는 폭넓은 개념으로 짚는다.

 

업계는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채용 실패’의 유형을 총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저성과자’다. 기대한 직무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생산성 등이 지속적으로 기준 이하를 보이는 유형이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같은 조직 구성원들의 능력까지도 소모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결국 팀 전체의 발전 속도를 늦추는 보이지 않는 ‘감속 장치’가 된다는 지적이다.

 

입사 6개월 안에 소속된 기업 등을 떠나는 ‘조기 퇴사’는 채용 실패의 두 번째 사례인데, 일반적으로 채용 실패를 말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유형이기도 하다. 공석 발생으로 구인 공고를 내고 재차 교육에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이 기간은 기업 측면에서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서 커다란 손실을 끼칠 수 있다.

 

세 번째는 조직 문화 부적응이다.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이 구성원과 조직이 달라 생기는 일인데, 업무 과정에서 생각이 엇갈리고 소통이 되지 않아 협업이 어려운 경우다. 구성원 사이에서는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퍼지고 동료들의 몰입도나 에너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스펙터는 밝힌다.

 

비슷한 맥락으로 ‘대안 없는 불만’이나 ‘부정적인 시각’ 등으로 동료의 업무 몰입과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유형도 있는데, 이러한 사례에 해당하는 1명이 동료 10명을 떠나게 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마지막으로는 조직 내에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뚜렷한 성과도 내지 않는 ‘뉴트럴 퍼포머(Neutral Performer)’다.

 

현상 유지를 선호하고 성장 의지가 특별히 없는 경우다. 일부에서는 ‘채용 실패’ 지적에 의아할 수 있지만 조직 개편 등에서 인원을 감소시켜도 매출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 않는 케이스가 여기에 해당하므로 명백한 채용 실패로 볼 수 있다고 스펙터는 진단했다. 조직 개선 열망이나 에너지를 빼앗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조직 전체 성장 속도가 줄어들어 회사의 성장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스펙터는 이러한 요소를 종합해 ‘채용 실패’ 1건당 2억여원이라는 예측을 뛰어넘는 채용 실패 비용 발생을 산출했다.

 

김형우 리드는 “채용 실패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닌 기회와 추진력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잘못된 채용은 회사 전체를 도미노처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채용 실패로 흘러나가는 비용을 막고 그 비용을 기업의 혁신과 성장에 쓸 수 있다면 HR 부서는 소위 ‘돈 쓰는 조직’이 아닌 회사의 성장을 만드는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채용 실패’를 줄이기 위한 기업 차원의 노력도 요구된다. 구인 과정에서 기업과 정확히 일치하는 구체적인 인재상을 제시하고, ‘협업 능력을 갖춘’과 같은 두루뭉술한 표현보다는 어떤 식으로 일하는 사람을 선호하는지 등을 제시한다면 채용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서다.

 

세부 내용을 기업명만 바꿔서 공고로 게시해도 크게 어색한 대목이 없을 만큼의 일들이 국내 HR 시장에서 발생하곤 한다. HR 담당 부서의 역량이 발휘되어야 하는 대목인데, 필수 역량과 우대 사항을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풀어 지원자가 실제 직무와 조직에 맞는지 판단할 수 있을 때 채용 실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스펙터 윤경욱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의 99%는 채용공고를 제대로 작성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공고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해서 우리 회사가 문제인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데이터로 기업의 채용 실패를 예방하고 기술이 사람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HR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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