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아베 사랑’ 취향 저격… 다카이치, 트럼프와 코드 맞춘다

세계일보

트럼프 2기 첫 방일… 日외교 시험대

트럼프 왕실 선호에 ‘일왕회동’ 첫 일정
30분 면담… 트럼프, 日王부부 美 초청

‘아베 후계’ 강조, 인맥·경험 내세울 듯
28일 정상회담… 日 방위비 증액 공식화
관세합의 이행 공동문서 채택도 조율

집권 2기 임기 시작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방문지인 말레이시아를 떠나 27일 일본에 도착했다. 일본에서는 29일까지 2박3일간 머무르며 미·일 관세협상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한·미·일 협력 방안 등을 조율한 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EPC·에이펙)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 경주로 이동한다.

다카이치 사나에(사진) 신임 일본 총리 취임 6일 만에 찾아온 첫 중요 외교 시험대인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맞아 일본 측은 첫 일정을 ‘왕실 외교’로 배치했다. 각국 왕실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 대통령 전용차량 ‘비스트’를 타고 일왕 거처 고쿄(皇居)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나루히토 일왕은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며 “다시 만나 뵙게 돼 반갑다”고 인사를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왕에게 “다카이치 신임 총리 아래에서 미·일 관계를 더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고 오타니 쇼헤이 등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루히토 일왕과 약 30분간 이야기한 뒤 도쿄 궁전을 나오면서 “정말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했고 일왕 부부를 백악관에 초청했다.

1기 때를 포함해 이번이 네 번째 방일인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아키히토 당시 일왕과 면담한 바 있다. 2019년 5월에는 레이와(令和·일본의 현재 연호) 시대 첫 국빈으로서 일본을 찾아 나루히토 현 일왕이 주최한 궁중 만찬에 참석했다.

교도통신은 “왕실의 권위와 명예는 재력과 권력으로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라며 “각국은 왕실의 환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환심을 산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맞는 일본의 두 번째 열쇳말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섯 차례 골프 회동 등을 통해 밀월 관계를 구축한 아베 전 총리의 후계자임을 내세우기 위해 당시 인맥과 경험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외무성은 2019년 트럼프의 국빈 방일 때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을 다시 도쿄로 소집해 준비에 임했다. 아베 전 총리가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제창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에 관여한 이치가와 게이이치 신임 국가안전보장국장은 28일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에 배석한다.

**트럼프·일왕, 6년 만에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7일 일본 도쿄 궁전에서 나루히토 일왕과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루히토 일왕이 면담한 것은 2019년 5월 이후 6년 만이다. 이날 오후 일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미·일 정상회담 등 2박3일 일정을 소화한 뒤 29일 방한한다. 도쿄=AP연합뉴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 측이 방위비 인상,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액 확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염두에 두고 방위비 조기 증액 및 추가 증액 방침도 공식화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과의 관세합의에 불평등한 부분이 있다면 재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 협상을 주도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경제산업상으로 옮겨 협상 임무를 계속 맡기는 등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이번 회담에서는 합의 내용의 착실한 이행 등을 담은 공동문서 채택이 조율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이 약속한 5500억달러(약 792조원) 대미 투자와 관련해 조선, 자동차,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은 양해각서(MOU)도 체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