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빗소리
감나무 잎사귀를 적시듯
몸을 두드리네
바라는 것은
이 빗소리를 함께 듣는 것,
감잎처럼 돋아나네
함께
이 빗소리를 듣고 싶은 것,
맨 처음
이것의 이름을 붙인 것은 누구인가
이 빗소리가 몸을 두드려
잎사귀를 깨우네
이 빗소리,
빗소리를 듣는 이것은 무엇인가
(하략)
함께 빗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두 음절로 이루어진 몇 개의 단어가 천천히 뇌리에 와 스민다. “곁에 없고”라는 제목을 다시금 살핀 뒤 밀려드는 쓸쓸함 또한 으레 짐작할 수 있겠다. 지금 창밖은 더없이 쾌청하나, 시를 읽고 나자 어쩐지 금방 비가 내릴 듯하다. 부슬부슬 가을 풍경을 모조리 적실 비가.
어떤 빗소리는 도처의 잎사귀를 깨우고 나를 깨울 것이다. 내 속에 잠들어 있는 그리움이나 서러움 같은 것을. 비와 같이 나는 한참을 골똘할 것이다. 그리고 비가 그친 뒤 계절의 회한은 한층 짙어질 것이다. 감나무에 촘촘히 매달렸던 붉은 감은 어느새 차례대로 떨어져 바닥을 뒹굴 것이다.
시를 읽는 동안 다만 상상해 본다. 그와 내가 빗소리를 함께 듣는 것. 그도 나처럼 어디에선가 ‘없는’ 빗소리를 떠올리는 것. 그러다 “이 빗소리, 빗소리를 듣는 이것은 무엇인가” 문득 중얼거리는 것.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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