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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태원 참사 3년, 다시는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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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7 23:03:28 수정 : 2025-10-27 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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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좁은 골목에는 그날 밤의 절규가 아직도 공기 속에 남아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세 번째 가을이 왔지만, 그날을 기억하는 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2022년 10월29일이다.

지난 8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걸었다. 그 길은 멈춰 버린 시간을 다시 마주하는 길이었다. 이어서 찾은 추모공간 ‘별들의 집’ 벽면에는 소중한 별들이 환히 미소 짓고 있었다. 말을 잃게 하는 미소와 고요한 침묵 속에서 들려온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에 대한 원망이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국가의 부재로 인한 참사의 진상 규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날 무엇이 잘못되었고, 왜 막지 못했는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참사의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지는 것이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출발점이다. 진상 규명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유가족과 피해자의 아픔에 진심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상처가 온전히 치유되고, 참사의 기억이 사회적 연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과거에 대한 책임이라면, 안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미래에 대한 책임이다. 행정안전부는 재난안전 시스템의 근본부터 다시 세우고 있다. 2024년 3월 개정 시행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주최자가 없는 1000명 이상의 지역 축제도 자치단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다중 운집 인파 사고’를 사회재난으로 명시했고, 공연장·철도역·대형 쇼핑몰 등 인파가 모이는 곳마다 담당 부처를 정해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스템을 바꾼다고 현장이 곧바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지난해 7월 서울 성수동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좁은 계단으로 인파가 몰리며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 다행히 관계 기관의 신속한 대응으로 행사가 중단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재난안전 시스템은 끊임없는 준비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 사건이었다.

이번 달 2일부터 시행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그 교훈을 담고 있다. 자치단체장은 매년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곳을 조사해야 하고, 위험이 확인되면 즉시 긴급 점검과 안전조치를 실시할 수 있다. 현장에서 위험이 감지되면 행사 중단과 해산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4단계 인파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는 행사를 사전에 선정하고,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관계 기관과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행사 당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인파 관리 지원 시스템과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위험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사고 이후의 수습이 아니라 사고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가 모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겠다.

스물일곱 살. 이태원에서 떠난 이들의 평균 나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였고, 친구였으며,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미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태원 거리를, 홍대 클럽을, 성수동 팝업 스토어를 찾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이 안전하게 웃고, 춤추고,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재난안전 시스템은 차가운 매뉴얼이 아니라 따뜻한 생명 보호막이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이 남긴 과제를 반드시 완성하겠다. 일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바치는 진정한 추모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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