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수(義手) 화가’ 석창우 화백이 47번째 개인전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아리수에서 다음달 5일부터 11일까지 연다. 석 화백은 우리나라 장애예술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가 어깨에 단 의수에 붓을 꽂고 곡예 하듯 펼치는 ‘수묵 크로키’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넘어 인간승리의 한 장면이다. 청년 시절 어이없는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고 한때 실의에 빠졌으나 그의 그림 재능을 발견한 아내 덕에 세계인이 인정하는 ‘의수 화가’로 우뚝 섰다. 그의 작품은 초등학교 학습만화, 중·고교 17종의 교과서에 실렸다. 2014년 소치 동계패럴림픽 폐막식과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막식에서 전 세계인이 보는 가운데 ‘수묵 크로키’ 퍼포먼스를 펼쳐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은 인물이다.
그가 순간의 생명력을 포착하는 ‘수묵크로키’ 신작을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다. 코로나 시기에 작업했던 작품과 2023년 울산 고래재단에서 선보였던 46회 개인전의 주요 작품들을 다시 공개해 그의 예술 여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서예와 크로키를 결합한 ‘석창우식 수묵크로키’는 전통과 현대, 신앙과 예술이 교차하는 한국 미술사에 유례없는 독창적 화풍으로 평가받는다. 서예의 필획이 지닌 호흡과 집중의 정신에, 서양 드로잉의 스피드와 생명감을 결합한 이 표현은 전통 수묵화의 미학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시도였다. 그는 한 획, 한 붓질 속에 인체의 운동, 순간의 긴장, 생명의 떨림을 담는다. 피겨선수의 회전, 경륜선수의 질주, 무용수의 몸짓은 그의 붓 아래서 생생히 살아난다. 비평가들은 그의 작업을 두고 “대상의 혼을 포착한다”고 말한다. 그의 선(線)은 묘사가 아니라 행위이며, 시각이 아닌 ‘체험으로서의 드로잉’이다. 빠른 속필과 격렬한 농담의 대비는 마치 현장의 생중계를 보는 듯한 박진감을 자아내며, 동양화의 고요한 명상성에 역동적 에너지를 부여한다.
미술사 박사인 김윤섭 평론가는 이번 전시를 ‘침묵을 일깨우는 정중동의 크로키 미학’이라 명명한다. 석 화백의 선(線)을 ‘삶의 울림을 깨우는 기도’로 해석한다. 김 평론가는 “그의 그림은 ‘팔이 없는 화가’의 이야기를 넘어, 몸과 믿음, 예술의 본질을 묻는 조용한 기도로 다가온다. 붓을 든 그의 몸은 결핍되어 있지만, 그 선은 오히려 더 충만하다. 그가 그리는 한 줄의 선(線)에는 인간의 의지와 영혼의 떨림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그 침묵의 선율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울림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석창우 화백은 예술이 단순한 육체의 극복을 넘어, 믿음과 생명의 자유로 향하는 여정임을 드러낸다.
석 화백은 GKL사회공헌재단 이사와 한국장애문화예술원 이사를 역임했고, 지난해 4월부터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으로 취임해 작품 활동 외에도 장애 예술인의 권익과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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