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젠 2만원도 안 해?”…잘 나가다가 명품 자리서 추락한 이유

관련이슈 이슈플러스

입력 : 2025-10-25 05:00:00 수정 : 2025-10-25 06:36:57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무너진 ‘바다의 명품(名品)’…전복, 반값 시대의 명암
전문가들 “생산-소비-수출의 균형 전략 세워야 한다”

한때 ‘바다의 인삼’이라 불리며 선물세트의 단골이던 전복이 값이 뚝 떨어지고 있다.

 

소비는 얼어붙었는데 양식량은 늘었고, 국내보다 해외가 더 많이 사주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복 가격 하락은 단순히 한 품목의 문제가 아닌 양식 산업 전반의 구조 불균형을 보여준다. 게티이미지

‘고급 수산물’ 전복이 시장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이젠 2만원도 안 돼요”…명품 전복의 몰락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복 산지가격(㎏당 10마리 기준)은 1만9420원으로, 지난해(2만870원)보다 6.9% 하락했다.

 

전복 가격이 2만원 밑으로 떨어지는 건 드문 일이다.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업계는 “연말까지 ㎏당 2만~2만1000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복값 하락의 1차 원인은 경기 침체다.

 

한 수산물 유통전문가는 “전복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형 수산물”이라며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게 이런 고급 식재료다. 선물 수요도 거의 끊겼다”고 전했다.

 

◆밀키트 세대와 맞지 않는 수산물?

 

한때 선물세트의 ‘프리미엄 대표주자’였던 전복은 이제 소비자에게 ‘낯선 식재료’가 됐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손질이 번거롭고 조리법도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 밀키트나 간편식 트렌드에 밀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대형마트의 신선수산물 매출 중 전복 비중은 0.8%에서 0.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손질 오징어’, ‘간편회’, ‘생연어’ 등은 오히려 성장세를 보였다.

 

◆공급만 늘어난 시장…구조적 가격 하락

 

소비는 줄었는데 생산은 늘었다.

 

올해 전복 출하량은 2만6102t으로, 지난해(2만3317t)보다 11.9% 증가했다.

 

한 전문가는 “완도 해역의 냉수대 덕에 고수온 피해가 없었다”며 “양식 환경이 좋아 생존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식업계가 효율성을 높이려 미역·다시마와 전복을 함께 키우는 시스템을 확장했지만, 이게 결과적으로 공급 과잉을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수출이 버티는 ‘마지막 보루’…日 시장, 韓 전복의 ‘황금어장’

 

다행히 활로는 수출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활전복 수출량은 2786t으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8월까지 1913t이 수출돼 작년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수출액은 5000만달러, 그중 4000만달러가 일본에서 나왔다.

 

수출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는 위축됐지만 일본 시장은 오히려 확대 중”이라며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연간 전복 생산량은 1500t에 불과하다. 양식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동북 지역의 양식 시설이 파괴된 뒤 복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은 여전히 자연산 의존도가 높고, 가격도 비싸다.

 

지난 8월 일본 오사카중앙도매시장에서 한국산 활전복은 ㎏당 3361엔, 일본산은 1만1171엔에 거래됐다.

 

한국산이 3분의 1 수준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는 한국산이 반값 수준”이라며 “비슷한 크기와 맛이라면 당연히 한국산을 고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수산업 구조조정 신호탄…‘합리적 전복’ 시대 준비해야”

 

국내 전복 인식은 여전히 ‘고급 수산물’에 머물러 있다.

 

한 온라인몰 수산 카테고리 MD는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비싸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며 “‘합리적 전복’ 콘셉트로 일상식에 접근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복 산업의 다음 행보는 한국 수산·유통업의 체질 전환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

전복 양식 어가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완도 지역 어가 대표는 “사료비·전기료·인건비가 다 올랐는데 가격은 계속 떨어진다”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수출 확대 외엔 답이 없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전복 가격 하락은 단순히 한 품목의 문제가 아닌 양식 산업 전반의 구조 불균형을 보여준다”며 “이제는 생산-소비-수출의 균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전복 가격 하락을 “수산업의 과잉생산 시대를 알리는 경고등”으로 해석한다.

 

고급 식재료였던 전복이 ‘보통 식탁’으로 내려올 수 있을까.

 

전복 산업의 다음 행보는 한국 수산·유통업의 체질 전환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동안 미모 과시…상 들고 찰칵
  • 박보영 동안 미모 과시…상 들고 찰칵
  • 41세 유인영 세월 비껴간 미모…미소 활짝
  • 나나 매혹적 눈빛…모델 비율에 깜짝
  • 비비업 킴 '신비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