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 의식했나
北 도발에 ‘비례적’ 대응 원칙 삼아야
지난 19일 강원도 중부전선에서 북한군 병사 1명이 우리 군에 귀순 의사를 밝힌 직후 무장한 북한군 2명이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4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귀순자를 쫓는 추격조로 추정되는 이들 북한군은 MDL을 넘어 남측 최전방 소초(GP) 앞 200m까지 근접했다. 우리 군이 경고 방송 후 절차에 따라 사격을 가해 북한 병사들을 물러나게 한 것은 당연한 조치였다. 문제는 합동참모본부가 북한군 귀순 사실을 전하며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다”고 밝힌 점이다. 북한 병사들의 MDL 월경이 ‘특이 동향’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특이 동향이란 말인가.
합참에 따르면 북한군 귀순은 오전 7시쯤 벌어진 상황이고 무장 북한군 2명의 MDL 침범은 점심 무렵이었다. 합참 측은 “5시간 이상 시차가 있어 이들(북한군 2명)이 추격조인지 명확하지 않았다”며 “자체 판단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정체가 추격조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치 않다. 북한군의 MDL 월경은 우리 안보와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다. ‘특이 동향이 없다’는 합참의 발표는 사실상 대국민 거짓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래서야 유사시 국민이 군을 믿고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일각에선 최전방의 긴박했던 상황을 합참이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이유를 놓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음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만남을 가질 가능성을 의식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북한을 대하는 정부 당국의 소극적 태도를 감안하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당장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우리 해군의 핵심 전략 자산인 3600t급 최신예 잠수함 ‘장영실함’ 진수식에 불참했다. 공군은 오는 27일부터 2주일간 진행할 예정이던 한·미 공중 연합 훈련 ‘프리덤 플래그’ 일정을 1주일로 축소했다. 그저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어렵다.
22일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미상의 발사체 2발을 북동쪽으로 발사했다. 다음날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그냥 탄도미사일이 아닌 “극초음속 비행체”라고 부르며 약 400㎞를 날아가 목표 지점에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현재 우리 방공망으로는 요격이 힘든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2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임기 시작 후 처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지적하자 “김 위원장이 아주 오랫동안 잘 참았던 것 같다”고 답했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주장이 공개되기 전의 상황이라곤 해도 너무 안이한 태도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길 없다. 북한이 대남 도발 수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데도 우리만 저자세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자칫 북한 지도부에 그릇된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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