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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 취향의 시대…집단적 기억 만든 오아시스 '밖탠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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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4 07:58:16 수정 : 2025-10-24 07: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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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취향이 개별화 돼 히트곡이 없어진 시대. 각자의 플레이리스트로 자발적·자의적 '음악 고립 증후군(症候群)'이 유행하는 시절에,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Oasis)'는 처방전이 됐다. '집단적 취향'에 대한 갈증을 해갈해 줬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오아시스 내한공연 '라이브(Live) '25'는 모두의 기억의 귀환을 기념하며, 역사를 기록하는 '하나의 사건'이 됐다.

 

16년 만에 이들이 투어를 결정하기 전까지 있었던 해체, 불화, 재결성에 대한 각종 설(說)들이 전설화가 되면서 노엘·리엄 갤러거 형제의 우여곡절은 어떤 콘텐츠보다 강력한 서사성을 지니게 됐다.

 

장르가 아닌 문화운동으로 정의되는 브릿팝(Britpop)의 단도직입적인 매력도 이들에게 빠지는데 기여했다. 1980년대 영국을 지배한 보수성에 대한 저항이 암울한 지금을 살아가는 1020 청춘과 공감하며 영포티·영피프티가 아닌 젠지 세대에 더 공명했다. 중년의 꼰대질은 젊은이들에게 아무 의미 없다. 노래는 언제 발표됐든 내가 처음 들으면 그 순간 신곡이다.

 

모든 게 빡빡하게 짜여진 세계관의 압박 속에서 어쩌면 헐렁하기도 한 오아시스의 노래와 연주는 여유로우면서도 맵시 있는 에너지가 넘치다. 어디에서 듣든 낭만이 깃드니 너와 나, 즉 안과 밖의 경계를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다.

 

밖탠딩(밖+스탠딩)이 오아시스 내한공연에서 물성을 본격적으로 획득한 이유다. 대형 야외 공연장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음악 팬들이 공연장 밖에서 새어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즐기는 정경은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고양종합운동장의 경우만 해도 올해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정호석), 영국의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이 그랬다. 방탄소년단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아이유(IU·이지은)의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과 상암월드컵경기장의 공연에서도 팬들이 공연장 밖에서 돗자리 등을 깔고 진을 쳤다.

 

그런데 공연장 밖 일부 구역을 '밖탠딩 존'으로 명명하고 공연장 안 스탠딩석처럼 서클핏, 우리 식 표현으로 강강술래까지 등장하는 풍경은 이번 오아시스 공연에서 마침내 현현했다. 밖탠딩에 있는 관객, 아니 청중은 공연 예매의 실패를 패배감이나 절망감을 낭만으로 환원할 줄 아는 이들이다. 밖탠딩은 나름의 효율성도 겸비했다. 티케팅, 웨이팅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퇴장의 기다림이 없으니, 귀가도 빠르다. 오아시스 공연을 통해 이를 경험한 음악 팬들 사이에선 이에 대한 심리적 저항도 줄었다. 다음부터는 나름의 이점을 지닌 여러 곳이 '밖탠딩 존'이 되지 않을까.

 

오히려 이 바깥 풍경이 안쪽으로 들어가 발생하는 장점이 있다고 증언하는 이들도 있다. 오아시스 공연의 앙코르에서 울려 퍼진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대목에서 공연장 안의 떼창과 밖탠딩 석의 떼창이 만나 공간음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안과 밖의 화음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여기서 집단적 경험의 구심력이 아닌 원심력을 느낀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 모두의 그라운드가 되는 것이다. 타인의 취향이 아닌 우리의 취향도 고유성을 획득하는 때가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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