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이후의 질서/ 케네스 로고프/ 노승영 옮김/ 윌북/ 2만9800원
기축통화 달러의 힘은 압도적이다. 미국 경제력과 과학·기술, 그리고 군사력을 감안하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며 이 같은 위상이 바뀔 일은 앞으로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달러는 앞으로도 그 힘을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을까.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로, 현재 하버드대에서 국제경제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다음과 같이 단언한다. “여러 수치로 보건대 달러 패권은 2015년 정점에 도달하여 그 뒤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주요국 정책 결정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 이로서 오랫동안 쌓은 통찰력으로 저자는 미국 달러 패권의 약화와 이로 인한 파장을 예견한다. “향후 10년 안에 전 세계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을 겪고 세계 금융시스템이 분산되며 달러의 압도적 구매력이 형편없이 쪼그라들 거라 생각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부채 위기, 인플레이션 위기, 금융위기, 환율 위기의 횟수와 강도가 전 세계에서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달러가 패권을 갖게 된 것은 미국 경제력 때문이라는 통념과 달리 역사적 타이밍과 제도 신뢰, 정치적 안정성의 합작품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미국 내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정치적 분열을 달러 패권의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한다. “경쟁통화보다 무서운 것은 자기 발등을 찍는 정치”라는 말처럼, 그는 미 의회의 부채한도 정쟁과 재정 팽창이 국제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중국 위안화의 부상, 유로존 통합의 심화, 가상화폐 및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등도 잠재적 도전 요인으로 분석한다. 다만 국면 전환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는 예고다.
저자는 “미국의 경제 우위가 영원하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다극화된 통화 질서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암호화폐에 대해선 다음처럼 단언했다. “‘매드 맥스’ 같은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가 아니라면 암호화폐가 합법적 과세 거래에서 달러를 대체하여 지배적 통화가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올해 5월 출간된 후 IMF 공식 저널은 “오늘날 정책결정자들이 읽어야 할 가장 통찰력 있는 서적”이라고 평했다. 세계 금융사의 격동을 직접 경험한 이로서 회고담과 거시경제 발전의 서사를 술술 읽히게 썼다.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에선 “한국은 달러 블록의 미래에 가장 핵심적인 나라”라고 짚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역과 통화 네트워크가 다극화되면서 한국의 정책 선택이 아시아 환율 질서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재정 확대, 감세, 관세정책, 부채 관리 부실이 달러 신뢰를 훼손할 수 있으며 한국은 이러한 변동성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한국은 일방적인 달러 추종 대신 위안화와 달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며 거래 다변화 및 자체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트럼프가 밀어붙이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경제에 깊이 침투할 경우 조세 회피와 불법 자금 흐름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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