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츠 집권 후 ‘메르켈 유산’ 지우기 불만인가
‘옛 정적을 겨냥한 불만의 표출인가, 아니면 대외 정책을 둘러싼 이견 때문인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생일이 약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메르츠 생일 잔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 소속이긴 하나 오랫동안 당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앙숙으로 지내 왔다.
22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메르츠는 오는 11월 11일 70회 생일을 맞아 베를린 의회 의사당에서 성대한 축하 잔치를 열 예정이다. 집권 여당인 CDU와 그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CSU)의 전·현직 의원, 연방국가인 독일을 구성하는 모든 주(州)의 총리 등 300여명이 초청 대상이다. 1990년부터 CDU 당원으로 활동하며 총리(2005∼2021년 재임)를 지낸 원로 메르켈도 당연히 초청장을 받았다.
독일에서 70세를 넘긴 나이에 총리로 재직한 인물은 초대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1949∼1963년 재임) 이후 메르츠가 처음이다. 아데나워의 경우 73세의 고령에 총리직을 맡아 14년간 재직하고 87세에야 물러났다.
1955년생인 메르츠보다 한 살 더 많은 메르켈은 2024년에 70회 생일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열린 잔치에 메르츠가 참석했을 때 독일 언론은 ‘오랜 라이벌 관계에도 불구하고 메르츠가 메르켈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당시 메르츠는 메르켈의 여러 정치적 업적에 찬사를 보낸 뒤 “앞으로도 영원히 CDU를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따라서 보답 차원에서라도 올해 메르츠의 70회 생일에는 메르켈이 함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메르켈은 최근 독일 언론에 “11월 11일이 포함된 기간에 외국 방문 일정이 잡혀 있어 메르츠 총리의 생일 잔치에 갈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메르켈이 말한 ‘외국 방문 일정’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 있는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을 뜻한다. 바이츠만 연구소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저명한 과학 연구기관 겸 대학으로, 메르켈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2021년 10월 메르켈이 총리 신분으로는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을 찾았을 때 바이츠만 연구소는 “뛰어난 여성 과학자를 위해 메르켈 총리 이름을 딴 연구 기금 등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메르츠와 메르켈은 오랜 기간 CDU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핵심 당직 등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앙숙이 되었다. 먼저 출세한 메르켈이 CDU 원내대표와 당대표, 내각의 각료와 총리를 지내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메르츠는 요직에서 밀려나 ‘찬밥’ 신세가 됐다. CDU가 꽤 오랜 기간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총리에 오르기 전 메르츠가 주요 부처 장관 한 번 맡은 적이 없다는 점은 그에 대한 메르켈의 견제가 얼마나 집요했는지 보여준다.
올해 5월 총리가 된 뒤 메르츠는 CDU에서 메르켈의 유산을 확실히 지우는 중이다. 난민 및 이민 신청자를 수용하는 데 관대했던 메르켈과 달리 메르츠는 독일에 입국하려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극우파 못지않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을 주문했다. 메르켈은 임기 내내 “이스라엘은 독일이라는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며 친(親)이스라엘 노선을 확고히 했다. 반면 메르츠는 가자 지구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맹비난하고 독일 무기의 이스라엘 수출을 제한했다. 나치 독일이 저지른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흑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할 말은 하겠다’는 태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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