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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왜 거기서 나와?”…‘겨울왕국’ 아이슬란드에서 등장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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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3 08:43:04 수정 : 2025-10-23 10:06:56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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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나라에 모기가 떴다”…아이슬란드 생태계 경고등 켜졌다
지구 온난화가 무너뜨린 ‘극지의 경계’, 작은 곤충이 던진 큰 경고

“아이슬란드에 모기가 나타났다.”

 

한 문장이 전 세계 과학계를 긴장시켰다.

 

빙하가 녹는 것보다 더 빠르게, 생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얼음과 화산의 땅, 인간보다 바람이 더 강한 나라로 불리는 아이슬란드에서 모기가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기 없는 나라’의 이례적 발견

 

23일 아이슬란드 자연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수도 레이캬비크 북쪽 약 30㎞ 떨어진 지역에서 줄무늬모기(Culiseta annulata) 3마리를 포획했다.

 

나방 유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장치에 우연히 잡힌 개체들로, 암컷 2마리와 수컷 1마리였다.

 

이 장치는 설탕과 와인을 섞은 액체를 발라 단맛에 이끌린 곤충을 유인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아이슬란드는 남극과 함께 ‘모기가 살지 않는 유이한 땅’*으로 알려져 왔다.

 

혹독한 추위와 짧은 여름, 바람 많은 기후 탓에 모기가 알을 낳고 유충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모기 제로’의 신화는 깨졌다.

 

◆“기후 변화의 현미경 신호일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최근 몇 년 사이 길어지고 따뜻해졌다. 이는 곤충의 번식 주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 전문가들은 “빙하의 후퇴보다 먼저 나타나는 생물학적 변화”라며 이번 발견을 주시하고 있다.

 

극지방 생태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에서 모기가 발견됐다는 건 단순한 사건이 아닌 극지형 기후가 이미 변곡점을 지났다는 경고다.

 

◆“추위에 강한 종…단순 유입 아냐”

 

전문가들은 “이번 모기들이 선박이나 컨테이너를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줄무늬모기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 가능한 종”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 종은 유럽 북부의 서늘한 지역에서도 관찰된다”며 “아이슬란드 환경에서 살아남았다는 건 그만큼 여름이 따뜻해졌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개체 수나 번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내년 봄, 알이나 유충이 발견된다면 “기후 변화가 이미 생태계의 구조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생물 다양성의 도미노…“모기가 오면, 다른 종도 온다”

 

모기는 생물 다양성의 ‘지표종’으로 꼽힌다.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모기가 정착할 수 있다면 다른 곤충이나 새, 심지어 포유류의 이동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기의 출현은 다른 생물종의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다. 생태계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모기 없는 땅’의 붕괴는 지구의 이상기온이 이미 생활권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기후’ 이슈가 아닌 인간 활동의 복합적 결과로 본다.

 

세계 물류망과 선박 이동이 외래종을 새로운 땅으로 옮기고, 그곳의 따뜻해진 기후가 정착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정책 전문가는 “선박과 산업 네트워크가 외래 생물을 실어 나르고, 기후 변화가 이들을 정착하게 만든다”며 “도시화와 온난화가 결합된 ‘인류세(Anthropocene) 생태 시나리오’의 서막”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는 감염병의 북상”…작은 생물의 출현이 던지는 ‘큰 메시지’

 

기온 상승은 단순히 생태계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모기는 질병의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줄무늬모기 자체가 병원성은 아니지만, 더위에 강한 다른 모기종이 북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감염병 전문가는 “모기의 출현은 공중보건 차원의 신호일 수 있다”며 “기존에 없던 매개체가 등장하면, 질병 감시 체계도 재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 마리 모기의 출현이 거대한 담론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빙하가 녹는 것보다 더 빠르게, 생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모기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다”라며 “그들의 등장은 기후, 생태, 보건을 아우르는 지구 시스템의 변화 신호”라고 부연했다.

 

‘모기 없는 땅’의 붕괴는 지구의 이상기온이 이미 생활권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생물이지만, 그 날갯짓은 지구의 다음 100년을 예고하는 소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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