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2인자 관방장관에 기하라
경쟁 후보 고이즈미는 방위상에
소녀상 철거 요구했던 가타야마
재무상 발탁… 우익 인사들 포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21일 우익 성향 정치인을 대거 발탁해 새 내각을 꾸렸다. 앞선 당 지도부 인사가 아소 다로 전 총리 등 자신을 지원했던 이들 위주로 이뤄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맞붙었던 경쟁자들도 입각시켰다.

기하라 미노루 전 방위상은 이날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으로서 각료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기하라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우익 성향 정치인으로, 다카이치 총리와 가까운 관계다. 그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시절인 지난해 8월15일 현직 방위상으로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한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하자 “지극히 내정(內政)의 문제로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역시 요직인 재무상에는 가타야마 사쓰키 전 지방창생상이 발탁됐다. 이번 총재선거에서 다카이치 추천인으로 나섰던 옛 아베파 출신이다. 그는 2011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됐을 때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며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내각에 여성을 대폭 기용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날 발표된 각료 18명 중 여성은 가타야마 재무상과 오노다 기미 경제안보담당상 2명에 그쳤다.
당 총재선거 때 맞섰던 후보들도 새 내각에 포진했다. 결선투표 상대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농림수산상이 방위상으로 기용됐고, 옛 기시다파이자 전임 이시바 시게루 내각에서 관방장관을 지낸 하야시 요시마사 의원은 총무상으로, 옛 모테기파 맹주인 모테기 도시미쓰 전 당 간사장은 외무상으로 발탁됐다. 대외 환경이 엄중하고 여소야대 국면을 헤쳐나가야 하는 만큼 ‘용광로 내각’을 구성해 당력을 총동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중 고이즈미 방위상은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인사이며, 모테기 외무상은 한·일관계가 최악이던 2021년 아베 신조 내각에서도 외무상을 맡아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아카자와 료세이 전 경제재생상은 경제산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담당하며 형성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면서 이시바 전 총리의 최측근까지 끌어안았다는 인상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첫 입각한 10명 중에는 ‘극우 망언 제조기’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 지사의 3남 이시하라 히로타카 환경상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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