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은 야구팬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경기였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는 6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고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을 뿐 아니라 동시에 홈런 세 개를 기록하며 경기 전체를 지배했다. 투수이자 타자로서 경기 내내 활약한 오타니의 모습은 ‘이도류’의 진수를 보여주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개인적인 관심은 오타니보다 상대 팀 밀워키 브루어스였다. 이름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브루어스는 양조업자, 즉 술을 빚는 사람을 뜻한다. 야구팀이 스스로를 밀워키의 맥주 장인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유는 바로 밀워키가 미국 맥주산업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밀러, 파브스트, 슐리츠, 블랫츠 등 주요 양조 기업이 이곳에서 탄생하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 전체 맥주 생산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고, 밀워키는 자연스럽게 ‘Beer Capital of America’(미국의 맥주 수도)로 불리게 되었다.
밀워키가 맥주산업의 메카로 성장한 이유는 단순히 이민자의 기술뿐만 아니라 지리적·기후적 조건과도 밀접하다. 오대호를 통한 물류와 냉수 저장에 적합한 추운 기후는 저온 발효가 가능한 라거 맥주 제조에 최적이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독일과 체코에서 넘어온 양조업자들은 자신들의 전통적 기술을 그대로 이어가며 대규모 양조장을 세웠다.
하지만 맥주산업의 성장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920년부터 1933년까지 시행된 금주법(Prohibition)은 미국 내 모든 양조장을 사실상 폐쇄시켰다. 금주법의 배경에는 단순한 금주 운동뿐 아니라 급격히 성장한 독일계 이민자들과 그들의 산업을 경계하려는 정치적 이유도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독일과 적대 관계였고, 당시 독일식 이름을 가진 기업과 개인을 미국식으로 바꾸게 하는 사회적 압력이 존재했다. 독일 출신들의 이름은 미국식으로 변경되었고, 이는 독일계 미국인이 아닌 ‘그저 미국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다. 뮐러(Muller)가 밀러(Miller)로, 슈미츠(Schmitz)가 스미스(Smith)로 바뀐 것이다.
금주법은 미국 맥주산업을 거의 붕괴시킬 뻔했지만 양조업자들은 끝까지 버티며 생존전략을 찾았다. 대체품으로 비알코올 맥주, 치즈, 탄산음료, 몰트 시럽 등을 생산하며 명맥을 이어갔다.
금주법이 해제된 후 밀워키의 대형 양조장들은 전국 유통망을 활용해 대량생산과 대중소비형 맥주 시장을 재건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냉장기술과 TV광고를 적극 활용하며, ‘가볍고 누구나 마실 수 있는’ 라거 맥주 모델을 확립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도 한국 전통주 장인의 이름을 담은 프로 야구팀이 생기면 어떨까? 예를 들어 포천 막걸리 메이커스, 안동소주 마스터스와 같은 팀이다. 한 지역을 대표하는 팀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구 천재 오타니와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겨룬 밀워키 브루어스처럼.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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