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韓, 美·中 대리전 전장 안 돼
동북아 안보 상황 속 플랫폼 역할 중요”
美와 관세·투자 핵심 갈등 요인 남아
“역내 다자협력에 충실 바람직” 제언
트럼프 ‘경주선언’ 동조 유도도 필요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국제안보통일연구부)는 “중국의 한화그룹 제재는 ‘한국의 실용외교가 무엇이냐’는 압박을 가한 것”이라며 “한국이 미·중 대리전의 전장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메시지의 일관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모두 열리는 만큼 한국이 3국 간 외교 균형을 조정할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강대국 사이에서 이들이 협의할 틀을 설계하는 ‘플랫폼 외교’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는 “한국은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6년 만에 대면하고, 11년 만에 함께 방한하는 것 자체로 외교적 임팩트가 크므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북·미 공조를 통해 ‘대북 공조의 공식 툴’을 만드는 한편, 북·미 회동이 비핵화 논의 없이 진행되는 것을 방치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정재환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페이스메이커 외교에 대해 “원래 북한·비핵화 중심 개념이었으나 현재는 미·중 조정자 역할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중 갈등 격화 시 가장 큰 외교적 타격을 받는 한국으로서는 “북·미 간 조정자보다 미·중 간 균형자로 움직이는” 실용 노선이 더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주요국 간 양자 회담에 이목이 쏠려 있지만, 다자회의인 에이펙의 본질에 집중하며 이를 활용할 기회를 보는 것이 한국으로서는 중요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짧은 방한 일정은 에이펙보다 자신 중심의 메시지 발신을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한·미 회담이 열려도 실질 협력보다 한국을 압박할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관세·투자 문제라는 핵심 갈등 요인이 남아있다. 한국은 에이펙 주최국으로서 ‘역내 다자협력’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에이펙 본회의 불참’보다 한국을 고려해 방한을 결정했다는 점에 외교적 의미를 둬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무대를 기피하는데도 한국에 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 이를 실익으로 연결하려면 정상들의 공동선언 메시지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경주선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간접적 동조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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