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인지 평가에서 ‘비열함’ 수준이 높게 나타난 사람이 사이코패스적 특성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낸 것으로 연구 결과 드러났다.
비열함은 사람의 하는 짓이나 성품이 천(賤)하고 졸렬(拙劣: 옹졸하고 서투름)하다는 뜻으로, 말로 악독한 일을 일삼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등 도덕적으로 수준 낮은 행동을 할 때 쓰인다.
이번 연구에서는 ‘공감 부족’과 ‘잔인함’ 등도 ‘비열함’에 포함됐다.
마음 이론(Theory of Mind)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해 감정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조절한다고 전해졌다.
즉 남을 조종하거나 착취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한 통찰력을 통해 타인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행동치료 및 실험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Behavior Therapy and Experimental Psychiatr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특정 사이코패스적 특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의도를 더 예리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진은 정신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 병력이 없는 18세~37세의 성인 92명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하며 '사회 인지 평가'라는 특수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측정하는 설문은 대담함(사회적 지배력과 두려움 없음), 비열함(공감 부족과 잔인함), 탈억제(충동성과 감정 조절 부족)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됐다.
과제는 네 친구가 저녁 식사를 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담은 단편 영화를 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영화에는 추파, 비꼬는 말, 오해, 그리고 감정적으로 격앙된 대화가 담겨 있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질문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다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얼마나 잘 추론하는지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비열함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생각과 의도를 잘못 해석하는 실수가 더 적었다. 또 과도하게 사고하는 실수도 적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이는 다른 사람의 동기를 과장하거나 오해할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한다”며 “비열함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더 정확하게 해석하는 동시에 과도하게 분석하거나 근거 없는 의도를 부여하는 경향을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이코패스의 주요 특징은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반사회적 행동 및 무책임성 자기중심적이고 과장된 자기애(나르시시즘)를 보인다.
특히 표면적으로는 매력적이고 유창한 말솜씨를 가진 경우가 있어 타인을 쉽게 속이거나 매혹시킬 수 있다.
또 거짓말과 속임수에 능하며,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타인을 조종하고 착취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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