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서커스 미학 응축한 ‘쿠자’ 선보여
“아찔한 곡예, 인생 여정 그대로 보여줘”
‘태양의 서커스’가 ‘쿠자(KOOZA)’로 서울에 돌아왔다. 1984년 캐나다 젊은 곡예사·광대들이 모여 시작한 작은 극단에서 ‘알레그리아’, ‘O’ 쇼 등을 배출하며 그 규모나 예술성에서 세계 정상에 등극한 서커스단이 2007년 세상에 처음 선보인 20번째 작품이다.

흥행대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초연 당시 2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현장에서 보면 흥행 이유가 분명하다.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광대 ‘이노센트’를 정령의 화신 ‘트릭스터’가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데 가는 곳마다 아찔한 기예가 이어진다. 곡예사들은 인간탑을 쌓거나, 인체 한계를 넘어서는 유연성과 균형감으로 순간마다 다른 유형의 서스펜스를 만든다. 외줄을 가르는 자전거 2대 사이에 봉을 연결하고 그 위에서 곡예사가 의자에 앉아 균형을 잡는 등 아찔한 장면이 이어지면서 객석에서는 탄성이 연달아 터진다.
그중 압권은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 축으로 연결된 거대한 두 개의 쳇바퀴를 악마 분장을 한 두 곡예사가 돌리면서 중력에 도전하는 대담한 곡예를 선보인다. 이어지는 곡예 ‘밸런싱 체어’는 의자를 계속 포개어 건물 3층 높이쯤까지 올라간 위에서 절정의 근력과 균형감으로만 가능한 자세를 보여준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단련해야 가능한 경지인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 공연 개막에 즈음해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태양의 서커스 관계자들은 “인생을 바꾸는 서커스”라는 자부심을 보였다. 3대째 서커스에서 활동한다는 콜롬비아 출신 ‘휠 오브 데스’ 곡예사 지미 이바라 자파타는 “공연 때마다 ‘이 서커스가 삶을 바꿨다’, ‘공연 첫 장면이 펼쳐지는 순간부터 인생의 모든 근심을 잊게 된다’고 말하는 이들을 만난다”며 “‘쿠자’가 인생을 바꿔놓은 사람들을 보면서 ‘이 일에 참여하는 게 얼마나 큰 선물인가’를 늘 깨닫는다”고 말했다.
올해 신작 2편이 더해져 총 54편의 레퍼토리를 보유하게 된 태양의 서커스에서 ‘쿠자’는 전통 서커스의 미학을 응축한 작품으로 꼽힌다. 서커스 가수 출신인 제이미슨 린덴버그 예술감독은 “태양의 서커스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전통 서커스의 정수를 정교하게 구현한 공연이다. 다른 작품들이 각각 감동적이거나 유머러스하거나 서정적이라면, ‘쿠자’는 그 모든 결을 동시에 품는다”고 설명했다.
“이 공연은 ‘인간의 조건’을 탐구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상자(Kooza)의 은유’ 안에 들어 있는 것들, 즉 인간 내면의 상징으로 존재하죠. 우리는 매일 선택의 순간―빛과 어둠, 생과 사, 희망과 두려움―을 마주합니다. ‘쿠자’의 인물들은 그 인생 여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모든 캐릭터와 퍼포먼스가 모여 ‘삶의 완전한 여정’을 구성하며, 제게 ‘쿠자’는 바로 그런 인생 그 자체입니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에서 12월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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