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선출권력 아래인가' 질문에 "우열있다 생각안해"…李선거법 상고 다음날 기록송부엔 "지시없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여권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법원 외에서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건 헌법 위반의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법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고법을 비롯한 고법과 서울중앙지법 등 관할 지방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 대해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하자는 데 동의하느냐"는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같은 질문에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도 "위헌 소지가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명했고, 배준현 수원고등법원장 역시 "같은 취지로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법원장은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서는 "증원 자체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면서도 "증원 숫자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통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법원장도 "증원 필요성이나 그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대법관 증원 문제는 대법원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 법원장 역시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법원장은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감 당시 90분간 이석하지 못한 채 국감장을 지킨 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중요 사건이 아니냐"고 질문한 데 대해선 "입법부와 사법부 모두 간에 견제 원리도 작동하지만, 균형과 존중의 원리도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사법부 존중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법부가 선출권력보다 아래에 있느냐"는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의 질문에는 "우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을 두고도 질의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사건 항소심 선고가 3월 26일 이뤄지고, 27일 검찰이 상고한 지 하루 만인 28일 대법원으로 사건 기록이 송부된 것과 관련해 "이런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김 법원장은 "선거범죄 사건이기 때문에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그렇게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이런 사례가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고 하자 김 법원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서울고법의 자체 판단이냐. 대법원에서 관련된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시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에서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기록을 전자문서를 통해 확인해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김 법원장은 "전자문서를 통해 본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나 의원이 "상고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 사건기록 7만쪽을 다 볼 필요가 없고, 상고이유서만 보면 된다. 이 대통령 사건은 사실인정에 대해서는 달라진 게 없다"고 하자, 김 법원장은 "대법원 판결문상으로는 그런 취지의 기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도 이날 국감에 출석했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부인과 남편으로서 이 자리에 앉아있는 건 공직 이해충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재호 법원장은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는 국회의 자율적 판단 영역으로, 법원장으로서 이에 의견을 표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공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원칙에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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