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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누구도 삼성 최원태의 4년 70억원을 ‘오버페이’라 부를 수 없다, ‘가을남자‘로 우뚝 선 최원태…반면 ‘4년 78억원’ 한화 엄상백은 패전 처리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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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0 10:59:34 수정 : 2025-10-20 10:59:34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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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8경기(16선발) 80.2이닝 2승 7패 1홀드, ERA 6.58, 74탈삼진 38볼넷 피안타율 0.324 WHIP 1.79

B: 27경기(24선발) 124.1이닝 8승 7패 ERA 4.92 109탈삼진 51볼넷 피안타율 0.271 WHIP 1.44

 

눈치가 빠른 독자들이라면 A와 B가 누군인지 금방 알아낼 것이다. A,B 모두 지난겨울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유이한 선발자원이었던 두 선수는 시장 예상가를 훌쩍 넘는 계약을 끌어냈다. A는 4년 최대 78억원, B는 4년 최대 70억원. 그러나 둘 다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B가 그나마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면서 4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으니 낫다고 봐야할까. A는 한화의 엄상백, B는 삼성의 최원태다.

 

1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회말 수비를 마친 삼성 최원태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의 몸값이 8억원 차이긴 했지만, 당시 FA 시장에서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엄상백이 FA 시장 개장 후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8일에 한화와 빠르게 계약을 맺은 반면, 최원태의 소식은 FA 시장 개장 후 한 달이나 걸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수요와 공급 법칙 때문이었다.

 

FA의 계약 속도와 몸값 폭등의 필수 선결조건은 원 소속팀의 참전 여부다. 원 소속팀이 계약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타 구단과 경쟁이 붙고, 몸값이 오른다. 그러나 최원태의 원 소속팀이었던 LG에겐 최원태가 우선 협상 대상자가 아니었다. LG는 지난해 11월11일 KIA에서 FA로 풀린 우완 불펜요원 장현식에게 4년 52억원을 ‘풀보장’하는 계약을 안겼다. 이는 사실상 LG가 최원태에게 그리 큰 계약을 안길 생각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최원태(왼쪽)와 한화 이글스 엄상백. 뉴시스·뉴스1

최원태가 FA 시장에서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은 엄상백의 FA 대박으로 인해 몸값은 높아졌는데, 과연 그 돈을 들여야 하느냐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최원태는 최근 5년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적도 없고, 선발투수의 제1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닝이팅 능력도 떨어졌다. 건강한 몸 상태로 선발진에 있으면 분명 도움은 되지만, 거액을 안길만큼의 매력을 가진 투수는 아니었단 얘기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 포스트시즌만 되면 약해지는 투수였다. 2024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17경기 25이닝을 던져 2패 1세이브 3홀드 31자책점 ERA 11.16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단 1승도 없었다.

 

이런 최원태에게 손을 내민 것은 유일하게 관심을 보였던 삼성이었다. 삼성은 최원태 영입전에 경쟁이 없었음에도 4년 70억원이라는 계약을 안겼다. 오버페이 논란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1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회말 1사 삼성 최원태가 한화 이도윤의 타구를 잡아낸 유격수 이재현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현재, 누구도 최원태의 계약을 오버페이라고 부르지 않을 듯 하다. 2025년 가을의 최원태는 그야말로 ‘빅게임 피처’다.

 

물론 이번 가을에도 시작은 좋지 못했다.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나왔다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몸에 맞는 공 1개와 다음 타자에게 초구 볼을 던진 뒤 단 4구만에 강판됐다. 이번에도 ‘역시 최원태는 가을에는 중용할 수 없는 투수’라는 꼬리표가 붙을 법했다.

 

1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회말 삼성 최원태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부터 최원태는 180도 변했다. 아니 상전벽해급의 변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삼성이 와일드카드 결정 1,2차전에서 후라도, 원태인을 선발로 쓰고, 3선발 가라비토도 2차전에 불펜으로 쓰면서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자리가 구멍이 난 상황. 고육지책으로 최원태에게 가장 중요한 1차전 선발을 맡겨야만 했다.

 

결과는? 6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 삼성의 5-2 승리를 이끈 최원태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투수의 감격을 누렸다. 그리고 단번에 가을야구만 되면 약해지는 남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19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3으로 승리하자 삼성 최원태가 박진만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최원태는 19일 열린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로 나섰다. 전날 열린 1차전에서 선발 가라비토의 5실점의 빌미가 된 통한의 홈 송구로 인해 올 시즌 최강 선발 코디 폰세에게 6점을 뽑아내고도 삼성은 8-9로 패했다. 최원태마저 무너진다면 플레이오프 전체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최원태는 또 한 번 삼성을 구해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1회 1사 후 리베라토에게 선제 솔로포를 맞았다. 다만 그게 다였다. 최원태는 이후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7이닝 동안 단 91구를 던지는 경제적인 투구로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전날 선발 가라비토가 3.1이닝 만을 소화해 불펜 소모가 컸던 삼성에겐 무엇보다 최원태가 7이닝을 혼자 던져준 게 너무나 값졌다.

 

19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7-3으로 삼성이 승리, 삼성 최원태가 데일리 MVP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원태가 완벽투를 펼치는 사이 삼성 타선은 라이언 와이스를 폭격했다. 와이스는 4이닝 9피안타 2볼넷 5실점(5자책). 삼성은 대전 원정에서 올 시즌 최강 원투펀치인 ‘폰와’(폰세-와이스) 듀오를 거침없이 두들긴 끝에 1승1패를 거뒀다. 후라도, 원태인의 원투펀치가 3,4차전 대구 홈에서 출격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제 시리즈 분위기는 삼성에게 넘어갔다.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엄상백이 9회초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 뉴스1

그리고 공교롭게도 지난 겨울 최원태보다 더 좋은 조건에, 더 빠른 시기에 일찌감치 FA 계약을 맺은 엄상백도 마운드에 올랐다. 다만 최원태는 팀 승리를 이끄는 선발투수였던 반면 엄상백은 1-5로 뒤진 9회 올라오는 패전처리였다는 게 달랐다. 고작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두 선수의 보직은 이렇게나 벌어졌다. 패전처리로 올라왔어도 잘 던졌다면 덜 초라해졌을텐데, 엄상백은 9회 2사 1루에서 강민호에게 투런포를 맞고 말았다. 최원태와 엄상백의 처지가 극명하게 갈린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플레이오프 2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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