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교민, SNS에서 “스스로 홍보, 화난다”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된 한국인 청년 3명을 ‘구출했다’고 강조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을 향해 “마치 영화 장면처럼 묘사하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는 현지 교민으로 알려진 이의 비판글이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기뻐해달라”며 “감금되었던 우리 청년 3명을 구출했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이틀 밤을 지새우며 마음 졸였다”며 “구출 작전이 노출돼 위해가 가해질까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세 사람을 구하기 전까지 ‘첩보 영화’를 찍는 심정이었다고 표현한 김 의원은 ‘은신처를 포착했다’, ‘첩보전을 펼치듯 소통하며 캄보디아에서 대한민국 청년 구출 작전을 시작했다’ 등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의원은 “교포들에게 의논하니 은신처가 확실해도 경찰 회의만 4~5일이 걸리고 실제 현장 급습은 20일이 넘을지도 모른다고 한다”며 “얼마 후 교포들의 예언처럼 곧바로 현장 구출은 어렵다는 캄보디아 경찰의 답변이 왔다”고도 전했다. 이렇다 보니 캄보디아 정부 고위 관계자 등을 만나 읍소하기 위해 현지 의원 방문 일정에서 자신은 빠져야 했고, 다행히 청년들을 구출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이 같은 글에 자신을 캄보디아에서 사업 중이라 밝힌 교민 A씨는 “당신이 구출했다고 자화자찬한 그 청년은 구출 건인가, 아니면 경찰에서 조사해서 구속해야 할 건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교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범죄자와 교민을 구분해달라며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청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A씨는 “진상을 파악해보니 범죄가 범죄를 낳는 구조임을 목도하고도 구조 프레임을 짜고 본인을 영웅처럼 홍보하느냐”며 “이 상황을 이용하지 말라, 교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 회의만 4~5일 걸리고, 현장 급습은 20일이 넘을지도 모른다’던 대목에는 “천만에”라며, 출동 준비를 마친 경찰은 한국 쪽에서 신호를 주지 않으니 답답해했다는 취지로 받아쳤다.
특히 온몸이 문신으로 도배된 ‘구출자’ 모습에 교민 사회가 난리라면서, ‘쇼맨십’을 보여야 하는 정치인이니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홍보 활동과 치적으로 삼는 건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A씨는 비판했다. 계속해서 “몇 년간 수십명을 구출하고 돌려보낸 교민들도 가만히 있다”며 “직접 구출 과정에 참여했다며 스스로를 홍보하는 의원의 모습은 진짜 허탈하고 화가 난다”고 날을 세웠다.
A씨는 “김병주 의원의 처신을 보니 영락없는 정치인이구나 싶다”며 “실상을 아는 교민 사회는 당신의 처신에 대해 엄청난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오해’라면 미안하지만 자신이 아는 바로는 오해가 아닐 것을 확신한다면서, 그는 “절박한 교민들은 정치인의 쇼에 휘둘릴 정도로 여유가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민 간담회에 불참했다는 지적에 “오후 3시에 동포 간담회가 진행되던 날, 오전 11시쯤 구출하려던 이의 소재지가 최종 확인됐다”며 “당일 구출을 위해 오후 1시쯤 자체 상황실을 만들어 저와 캄보디아 고위급 한 분, 외교부 직원, 동포 6명이 같은 테이블에서 직접 (현장 상황을 살폈다). 비밀 작전이라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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