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당·정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유세 강화가 능력에 맞게 과세하는 조세 원칙에 해당한다며 부동산 세제 개편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은 세제 개편이 “최후의 수단”이라며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가진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과 관련해 “부동산 보유세는 부동산 정책일 수도 있고, 응능부담(의 원칙)도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응능부담은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 원칙이다.
구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세는 낮고, 양도세는 높다 보니 ‘락인 이펙트’(매물 잠김 현상)가 굉장히 크다”며 “팔 때 비용(양도소득세)이 비싸다 보니 안 팔고 그냥 (집을) 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고가의 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이 크면 집을 팔 것이고, (부동산 시장에도)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며 “미국처럼 재산세를 (평균) 1% 메긴다고 치면, (집값이) 50억이면 1년에 5000만원씩 (보유세를) 내야 하는데, 웬만한 연봉의 반이 날아가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구 부총리는 “꼭 다주택뿐만 아니고 (한 채의) 고가 주택 같은 경우도 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50억 원짜리 집 한 채 들고 있는 데는 (보유세가) 얼마 안 되는데, 5억 원짜리 집 세 채를 갖고 있으면 (보유세를) 더 많이 낸다면, 무엇이 형평성에 맞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것(보유세 강화)도 쉽게 하면 안 되니까 연구 용역도 하고 전문가 의견도 듣겠다는 것”이라며 “취득·보유·양도 단계에서의 부동산 세제를 전반적으로 어떤 정합성(맥락에 맞는 일관성)을 가지고 끌고 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이 담긴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보유세·거래세 조정을 포함한 세제 운영 방향에 관해 연구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논의도 거칠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부동산 세제 개편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말한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관해 “(세제 정책을) 안 쓴다는 게 아니고, 가급적 최후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지난 17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 보유세 인상 여부에 대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이제 검토를 시작한다”며 “여러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아직은 그(보유세 인상 여부) 답을 명확하게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보유세 인상을) 아예 안 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이는 것은 섣부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을 기초로 하되, 관계부처 TF를 꾸려 부동산세제를 전반적으로 보겠다”며 “취득하거나 보유하거나 처분할 때 어떻게 할지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은 19일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해 부동산 세제 개편에 신중한 모양새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보유세를 갖고 부동산의 (가격) 폭등을 막겠다는 것은 사실상 어설픈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부동산 세제를 갖고 부동산 정책을 조율하는 것은 사실상 하지 말아야 된다고 (보고) 한다면 최후의 수단”이라며 “보유세와 관련해서는 가장 조심스럽게 해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전 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는 보유세나 세금으로 국민에게 부담 주는 건 자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폭등을 막을 수 있는 핵심적이고 근본적 대책은 양질의 주택을 합리적 가격으로 공급해 ‘내 집 마련’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했다.

전 최고위원의 발언은 최근 당 일각에서 제기된 세제 개편 목소리에 선을 긋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 세제 대책이 나온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부동산 세제의 큰 원칙은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자는 것”이라며 “거래세, 취득세, 등록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도록 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보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전체 가격을 합산, 그 총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누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주택자라고 해서 그 총가격에는 미치지 못해도 세금은 더 많이 내는 상황이 되니까 불만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주택자의 경우 면세가 되기에 똘똘한 한 채로 집중, 강남 고가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 반면 강남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은 중과세 대상이다”며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을 검토할 때 공평한 과세 체계 마련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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