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뛰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 21개 구 가운데 8개 구는 아파트값이 하락한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인근 지역으로 가격 상승세가 번지는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 규제지역을 무리하게 지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정부 공인 시세 조사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데이를 시계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2월 대비 지난달까지 2년 9개월 사이 서울 도봉구의 아파트 가격은 5.33% 하락했다. 또 금천구(-3.47%)·강북구(-3.21%)·관악구(-1.56%)·구로구(-1.02%)·노원구(-0.98%)·강서구(-0.96%)·중랑구(-0.13%) 순으로 감소 폭이 높았다.
정부는 재작년 1월 서울에서 강남권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4개 구를 배제한 21개 구를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하지만 이날부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재지정된 이들 지역 중 38%에 해당하는 8개 구에서 33개월 동안 아파트 가격은 외려 하락했다.
부동산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남 3구 십억씩 오를 때는 가만있더니 이제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 조금 오를 기미가 보이니 (규제지역으로) 묶어버린다”는 글이 올라오기로 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규제지역으로 유지된 송파구(29.96%)·서초구(23.33%)·강남구(20.56%) 등 강남권 3구는 아파트값이 20% 넘게 올랐다. 용산구는 14.9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무주택(처분조건부 1주택 포함)은 종전 70%에서 40%로 낮아지고, 유주택자는 아예 대출이 금지된다. 또 취득세가 2주택자는 8%로, 3주택자는 12%로 중과되는 등 대출·세제를 비롯한 모든 부동산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오는 20일부터 이들 지역이 투과·조정지역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갭투자’(전세를 낀 매수)가 불가능해진다.
경기도에서는 이번 대책에서 규제지역으로 묶인 지역 간 양극화가 더욱 뚜렷했다.
10·15 대책에서 규제지역으로 재지정된 경기도 12개 지역 가운데 7곳(수원시 영통·장안·팔달구, 성남시 중원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은 2022년 11월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
부동산원 시세로 이들 지역은 2022년 10월 대비 지난달 기준으로 모두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왕의 하락폭(-14.93%)이 가장 컸으며 수원장안(-9.18%), 수원팔달(-8.72%), 성남중원(-8.71%), 수원영통(-8.55%), 안양동안(-6.50%), 용인수지(-4.94%)가 뒤를 이었다.
반면 2023년 1월에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가 이번에 다시 규제지역으로 묶인 과천시(19.97%)와 성남시 분당구(13.07%)의 아파트값은 이 기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성남시 수정구(6.46%), 하남시(4.27%), 광명시(1.80%)는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다.
정부는 이번 서울·경기 규제지역 지정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과 물가상승률 등의 정량적 요건과 과열·투기 우려 등의 정성적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오르지 않은 지역까지 선제적으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과잉 규제”라며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면 경제 활성화에도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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