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폐쇄 아닌 상생의 길을 선택해야”
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이전 논의가 불거지면서 주민 반발이 거세다. 지역 경제의 핵심 축과 다름없는 석포제련소를 이전할 경우 봉화와 태백 주민은 ‘먹고 살길이 끊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봉화군의회는 18일 태백시의회와 영풍 석포제련소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봉화군의회 측은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는 단순한 산업 현안이 아니라 지역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지속적인 가동을 전제로 환경개선과 지역 상생이 함께 추진될 수 있도록 공동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1970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세워진 세계 4위 규모의 아연 생산 제련소다. 연간 매출은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석포면뿐 아니라 봉화군, 경북 북부권, 인근 강원 태백시의 지역 경제를 담당하고 있다.
석포면의 주민등록 인구는 2000여명인데 생활 인구까지 더하면 거주 인구는 더 많다. 대부분이 제련소 직원과 그 가족, 관련 상공업 종사자다. 실제로 제련소 사택에는 565세대가 살고 있는데 제련소 없이는 마을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 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석포초등학교는 90명, 석포중학교는 5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경북 북부권에서 이 정도의 학생 수를 유지하는 마을은 석포면이 유일하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석포제련소 이전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카드뮴 등 중금속이 낙동강 상류와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만 논란 끝에 정부와 경북도는 석포제련소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TF를 구성한 이후 지금까지 두 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내년 7월쯤 제련소 이전 타당성에 대한 용역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봉화와 태백 주민들은 석포제련소 이전 및 폐쇄 논의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낙동강 상류의 제련소는 과거 수차례 환경오염 논란에 휩싸였으나 현재는 오염 여부를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최근 봉화군민과 태백시민 등 500여명은 석포제련소 이전을 반대하는 결의대회 열었다. 이들은 머리에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띠를 두르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전과 폐쇄만 고려하지 말고 지역 현실을 직시해 개선과 상생의 길을 선택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재한 봉화태백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장은 “관광이나 농업으로는 대체할 수 없다. 공장을 없애면서 살길을 찾으라는 건 무책임하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국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환경, 지역 생존이 조화를 이루는 해법”이라며 고 말했다.
석포제련소는 과거와 달리 환경개선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영풍 측은 현재까지 석포제련소 환경 개선에 4400억원을 투자했다. 2021년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에 쓰는 물을 100% 재활용하고 있고, 낙동강 유입을 막기 위한 삼중 차단 차수벽도 설치했다. 여기에 향후 수년간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무해한 제련소’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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