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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으로 보내주세요”…캄보디아 출국 아들의 ‘몸값’ 요청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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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6 15:21:56 수정 : 2025-10-16 15:23:10
수원·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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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목적·행적 미궁…“휴대전화 빼앗기고 감금” 추정
32건 신고 중 귀국·안전 확인 23건…9명은 행적 ‘묘연’
‘잔혹 범죄’ 여파에 경기도-캄보디아 봉사·협력 등 막혀
“납치됐으니 2만 테더코인(약 3000만원)을 보내주세요.”
캄보디아 한 범죄단지 내부(왼쪽)와 이민국 구금시설 내부. 연합뉴스

이달 1일 캄보디아로 출국한 20대 A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가족에게 전화를 겁니다. 지난 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자택으로 걸려온 전화의 음성은 심하게 떨렸습니다. 

 

전화를 받은 부모는 성남수정경찰서에 “아들에게 전화가 왔는데 누군가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감금된 것으로 보인다”고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등을 통해 A씨의 행적과 위치, 안전 여부를 파악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A씨의 출국 목적과 체류지 등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노린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1400만 인구가 거주하는 경기도 역시 암울한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16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경기 남부지역에서 캄보디아로 향한 한국인 출국자들의 실종 및 납치 의심 신고는 32건에 달합니다. 이 중 범죄 도피로 분류되는 ‘적색 수배자’나 귀국자, 현지에서 안전이 확인된 경우를 제외한 9명의 행방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습니다. 모두 남성으로 20대 4명, 30대 5명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고액 임금을 주는 일자리가 있다는 광고를 보고 캄보디아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습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도로. 연합뉴스

◆ 신고 32건 중 9건 여전히 ‘미궁’…“대부분 고액 임금에 속아 출국”

 

불똥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대학, 민간단체로 튀었습니다. 봉사·협력 활동에 나선 이들은 서둘러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캄보디아에 파견 중인 ‘청년기후특사단’ 34명의 조기 귀국을 결정했습니다. 귀국 항공권 확보에 나섰고, 김동연 지사의 지시에 따라 박근균 국장이 전날 저녁 캄보디아로 출국했습니다.

 

기후특사단은 개발도상국의 기후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내 거주 19∼39세 청년들로 구성된 민간사절단입니다. 현지에서 나무 심기나 환경 정비, 환경 교육, 기후행동 캠페인, 문화 교류 등의 봉사활동을 합니다.

 

캄보디아에선 34명의 단원이 이달 11일부터 28일까지 18일간 활동할 예정이었습니다. 

 

도는 지난해 캄보디아와 필리핀 등 5개국에 처음으로 기후특사단을 파견했습니다. 올해도 8월부터 몽골, 키르기스스탄, 필리핀에 특사단을 보냈죠. 이달에는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파견한 상태였습니다.

 

불안한 조짐은 최근 이어졌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특사단이 머무를 캄보디아 캄폿주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상태였습니다. 여행경보 2.5단계로, 단기적 긴급 위험에 여행자제나 출국을 권고하는 것입니다.

 

이에 특사단은 파견지역을 변경해 캄퐁스페우에 17명, 시엠립에 17명이 체류 중이었습니다.

 

도 관계자는 “파견 전부터 안전 문제를 고려해 파견지를 변경하고, 오후 6시 이후 외출을 금지하는 등 비상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청년 기후특사단 발대식. 경기도 제공

◆ 경기도·수원시 등 봉사단 철수, 중단…‘계절 근로자’ 도마 위에

 

수원시도 올해에는 자매결연 도시인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 봉사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2007년부터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현지를 방문했지만 악화한 분위기 탓에 교류가 불가능해졌습니다. 

 

당초 시는 아주대병원과 동수원병원 등 지역 의료진 38명, 민간 봉사단체 12명, 공무원 등 80여명 규모의 봉사단을 이달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보낼 예정이었습니다.

 

시 관계자는 “시엠레아프는 범죄가 일어나는 지역과 거리가 먼 곳”이라면서도 “그런데도 봉사단 규모가 커서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데다 정부도 심각하게 우려하는 상황이라 취소했다”고 말했습니다.

 

당분간 분위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캄보디아의 반테이민체이주와 자매도시를 맺은 양평군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해마다 캄보디아 ‘계절 근로자’를 불러 농촌 지역에서 일하도록 했으나 정부 조처에 따라 재검토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경기소방재난본부도 2019년부터 이어온 소속 기술지원단 파견을 보류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건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뉴스1

국가 간의 관계는 상호호혜(相互互惠)의 원칙을 따르는 게 기본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캄보디아에 공적개발원조(ODA) 형식으로 호의를 베풀었던 국내 대다수 기관·단체들의 발이 묶이면서, 그동안 쌓인 신뢰 관계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현지로 도피한 한국인 범죄 피의자들의 국내 송환을 거부한 채 캄보디아인 정치범(난민 신청자)의 맞교환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대방에게 우리는 더는 내놓을 게 없어 보입니다.

 

조속한 외교적 해결과 범죄소굴에 갇힌 한국인들의 안전한 귀국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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