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년까지 특정 구역 내에서 ‘레벨4’ 자율주행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뒷받침할 차량 소프트웨어 해킹 안전검사 체계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율주행 레벨4는 커녕 레벨3 상용화도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상용화된 대부분의 자율주행차는 부분자율주행으로 평가되는 레벨 2단계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통신연결 차량)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해킹 검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SDV는 차량의 주요 기능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제어되는 차세대 자동차다. 자율주행차 역시 SDV 기반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한 번의 해킹이 곧바로 차량 전체 시스템 마비나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악성 소프트웨어나 랜섬웨어가 SDV에 침투할 경우 차량의 조향·가속·제동 장치를 제어하거나, 충전 시스템을 조작해 배터리에 과부하를 일으켜 화재를 유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외 실험에서 SDV 해킹 위험은 여러 차례 확인됐다. 글로벌 보안업체 업스트림 시큐리티(Upstream Security)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해킹 위협 건수는 2020년 33건에서 2024년 422건으로 13배 급증했다.
그럼에도 공단은 제작사로부터 소프트웨어 접근권과 자료를 받지 못해 검사 자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제작사는 이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SDV 해킹을 막을 법적 근거와 기술 인프라 모두 부재한 셈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지난 4월 차량 전자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검사 의무화를 추진하며 ‘SDV 보안 인증’ 제도를 도입 중이다. 김은혜 의원은 “사용자 편의를 위한 기술 고도화는 늘 주목을 받지만 사용자 안전을 위한 검사는 늘 도외시 돼 왔다”며 “차량제작사의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입법으로 국민안전을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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