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아파트 오른 뒤 중저가 올라
주택가격과 연계 대출규제 강화
15억 이하 대출 6억 유지 ‘차등’
1주택자 전세대출에도 DSR 적용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 상향
2026년 4월에서 1월로 앞당겨 시행
금융위원회가 15일 발표한 대출수요 관리 방안은 대출을 활용한 고가주택 및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를 억누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과열 신호가 확대되고 있다”며 “주택시장의 확고한 안정을 위해 대출수요 관리를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도권·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는 일률적으로 6억원이었지만, 16일부터는 주택가격에 따라 대출한도가 차등 적용된다. 15억원 이하 주택에는 기존 한도인 6억원이 적용되고, 15억∼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현재 10억원대인 상황을 고려하면, 대출을 이용한 15억원 이상의 고가주택 매수를 강력하게 억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앞서 6·27 대책을 통해 대출규제 강화를 통한 부동산 상승세도 둔화가 확인됐다”며 “고가주택 가격이 먼저 오르고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으로 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해 대출한도를 주택가격 수준과 연계해서 강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문도 좁아진다. 29일부터 지역과 관계없이 1주택을 보유한 차주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 상환액이 차주의 DSR에 반영된다. DSR은 차주의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전체 대출 한도를 결정짓는다. 현행 DSR 한도는 40%이다. 정부는 그간 서민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왔지만, 전세대출이 갭 투자로 주택을 매수한 1주택자의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전세대출도 규제에 포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더불어 현재 차주별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1.5%가 가산되는 스트레스 금리 하한선을 수도권·규제지역에 한해 3%로 높인다. 스트레스 금리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대출금리에 가산되는 금리로 스트레스 금리 하한선을 높일 경우 차주의 대출 한도도 줄어든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상황을 사전에 막으려는 조치다.

이번 스트레스 금리 하한선 상향으로 DSR 한도에 근접한 차주들의 경우 대출 한도가 평균 10%가량 줄어들게 된다. 소득이 5000만∼1억원의 차주가 금리 4%,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방식의 주담대를 받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대출 한도는 약 6.6∼14.7% 줄어든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지난 9월 발표한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 상향(15%→20%)의 적용 시점도 당초 내년 4월에서 내년 1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이 상향되면 은행의 자본적정성 부담이 늘어나면서 대출 취급 여력이 줄어드는 만큼, 사실상 주담대 총량 억제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최대 27조원가량의 주담대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서울 21개 자치구, 경기 과천·성남 등 경기 12개 지역은 강화된 대출규제가 즉시 적용된다. 무주택자가 규제지역 내에서 주담대를 받을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가 적용되며, 규제지역 내 3억원 초과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는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된 지역에서는 상가·오피스텔 등 비주택 담보대출의 LTV도 40%로 축소된다.

이번 규제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 등 요인으로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금융당국의 추가 규제 가능성도 예상된다. 현재 금융위는 무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과 정책대출의 DSR 적용에 대해선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상황,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영향을 감안해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또 은행의 주담대 위험가중치의 경우 필요시 하한의 추가 상향도 고려하고 있다.
신 국장은 “이번 대책이 상당히 강력하고, 시장 안정에도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향후에도 대출이 주택가격 상승을 촉진하는 면이 있다면 금융위는 어느 경우라도 대출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도권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를 넘어서 근본적으로 강력한 공급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특임교수는 “공급 대책이 함께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쉽다. ‘반값 아파트’ 공급과 같은 계획이 추가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