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청약·거래규제 전방위 압박
현금 부족한 무주택자 매수 불똥
전세대출 규제로 월세도 가속화
1주택자 ‘세 주고 전세살이’ 불가
“자산가만 유리” 수요양극화 심화
정부·서울시 이견 실현성 의문도
“전세 씨가 마른 상황에서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 물량은 더 귀해질 수밖에 없다.”
15일 발표된 이재명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에 대해 업계에선 대체로 전세 시장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여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 ‘세 놓고 전세살이 하는’ 1주택자의 공급 물량은 사라지게 된다. 더구나 전세 대출까지 강화돼 자금 동원이 어려워질수록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돼 임차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앞으로 전세 매물은 더 안 나오게 된다. 전세가 엄청 귀해질 것”이라며 “물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게 되고 전세가 상승은 (규제로 인해) 반전세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 학교 문제로 주택을 구입한 곳과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앞으로는 그런 선택이 불가능하게 된다”며 “서민들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대책대로 20일부터 서울시 25개구 전체와 경기도 일부 지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래 의무가 발생한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일부 1주택자가 시장에 내놨던 전세 물량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한 앞으로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줄고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80%로 감소할 경우 이미 전세가조차 대폭 오른 서울에선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대출 끼고 전세살이를 하는 게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대출을 규제하면 서민이 어려워진다. 매매뿐 아니라 전세도 규제하는 만큼 시장 상황은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 중심의 거래로 부동산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와 임차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구매수요 억제로 실수요자 상당수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전세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 전세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보증부 월세 등 월세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갭투자 악용은 줄겠지만, 임차인 주거비 부담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토허구역으로 지정하게 되면 실거주 2년 규제 때문에 전세 매물이 안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사전검토한 결과 기존에 거주하던 집이 매물로 나오는 효과도 있어서 (규제로 인해)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이번 규제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가 ‘이제는 부동산으로 돈 벌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거래 기준점이 사라지는 ‘가격 블랙아웃’이 나타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래 단절은 결국 자산이 있는 상층에게 유리하고, 중산층 이하의 주거 사다리를 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규제지역의 거래량은 줄겠지만, 가격이 급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피할 수 있는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공급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 이상, 수요만 억제하는 방식으로는 시장 안정이 오래가기 어렵다”고 했다.
토허구역 지정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마찰이 불거지며 현실화 여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전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일방 통보만 있었고 전역 지정 시 부작용을 건의했음에도 (정부가) 발표를 강행했다”며 “(토허구역 지정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서울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에 국토부 측은 “토허구역 지정에 대해 서울시, 경기도와 사전에 협의했다”면서 “서울시와 경기도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우려가 굉장히 크며 더 늦기 전에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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