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낙뢰 많은 여름철에 집중
장애 10건 중 6건은 센서 문제
기상청 “신속 복구… 문제 없다”
2024년 서울선 ‘1341시간 먹통’도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상현상이 빈발하는 가운데 예보·방재 기초자료를 생산하는 기상청 지상기상관측장비가 지난해 모두 600건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엔 서울에서 운영 중인 장비 내 일부 센서가 고장 나 무려 두 달 가까이 관측을 하지 못했다. 매해 장애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 지상기상관측장비 장애 발생 건수는 2021년 330건, 2022년 385건으로 증가세를 보이더니 2023년 541건에 이어 지난해 600건까지 늘었다. 올해의 경우 1∼8월에 361건 장애가 발생했다.

종관기상관측장비(ASOS)·방재기상관측장비(AWS)를 포함하는 지상기상관측장비는 올해 기준 모두 651개소에서 운영 중이다. ASOS는 광범한 지역의 날씨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AWS는 관측 공백 해소와 국지적 기상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운영하는 장비다.
월별 기준으로 지난해 장애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7월이 10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8월이 96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나머지는 모두 20∼40건대 수준이었다. 여름철 폭우, 태풍 등 기상현상이 장애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는 집중호우 영향과 함께 낙뢰가 많이 발생하면서 장애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올해 1∼8월 중에서도 7월이 75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상청은 장애 발생 건수가 계속 늘어나는 게 장비 내 센서 증가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AWS 기준으로 장비당 센서가 7∼10개 정도 들어가 있다. 2년 전에는 전체 센서가 5700여개였는데 지난해 기준으로는 5800여개까지 늘었다”며 “센서가 하나라도 장애를 일으키면 ‘장비 장애’로 집계되는 사정”이라고 했다.
실제 전체 장애 10건 중 6건 이상이 센서 문제로 인한 장애였다. 지난해 전체 장애(600건) 중 그 원인이 센서였던 사례는 모두 388건으로 64.7% 수준이었다. 이어 전원통신 문제는 28.5%(171건), 자료처리 문제가 6.8%(41건)였다.

기상청은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복구를 통해 높은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어 예보·방재 기초자료 생산에 치명적인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관측장비 연간 정상 가동률은 99.64%였다. 다만 이 또한 미세한 수준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세를 보이는 건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2021년만 해도 99.79%였는데 3년 새 0.15%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장애 발생 이후 복구가 이례적으로 늦은 경우도 확인됐다. 지난해 3월25일 오후 1시9분 서울에서 운영 중인 장비 내 구름 관측 관련 레이저 센서가 장애를 일으켰는데, 5월20일 오전 10시41분에야 복구된 사례가 있었다. 무려 1341시간32분 동안 자료가 수집되지 않은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애 발생 당시 보수를 시도했지만 고치지 못해서 센서를 교체한 건”이라며 “센서가 독일 업체 제품인데 주문하고 들여오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복구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박홍배 의원은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현상이 늘고 있는데 관측장비 장애가 계속 증가세를 보이는 건 우려가 되는 지점”이라며 “장애 사례 증가세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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